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공개한 자료 중 일부 내용이 고의로 누락됐다는 의혹에 대해 “실무자의 (자료 삭제)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지난 7월 해당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엔 “실무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3개월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2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용역업체가 작성한 과업수행계획서 중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가 담긴 4페이지 삭제를 누가 지시했냐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국토부) 담당 실무자들이 지시했다”고 답했다.

국토부가 지난 7월 23일 공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자료 55건 중에는 용역업체인 경동엔지니어링이 작성한 타당성조사용역 과업수행계획서가 포함돼 있다. 향후 용역 수행 방향을 정리해 지난해 4월 국토부에 제출한 38페이지짜리 문건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과업수행계획서에는 종점부 위치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23~26페이지가 누락돼 있었다. 해당 페이지는 다른 내용으로 채워지는 등 페이지 수도 다시 매겨져 있어 민주당 등에서는 일부러 페이지를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토부가 용역업체가 이번 타당성조사에 착수한 지난해 5월 이전부터 종점 변경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국토부는 “실무자가 실수로 누락했다”며 누락 내용을 추가한 과업수행계획서 파일을 홈페이지에 다시 올렸다.

하지만 국토부 해명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경동엔지니어링의 김수현 상무가 과업수행계획서 일부가 왜 누락됐냐는 질문에 “국토부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수정 및 삭제했던 기억이 있다”고 답하면서다.

누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질문이 이어졌지만 김 상무는 이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이 국장이 ‘실무자 지시’라고 말을 바꾼 것을 두고 “위원회 의결로 자료 제출 거부, 불출석, 국회 모욕, 위증한 증인 및 감정인에 대해 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