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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론] 부가통신서비스 규제의 오해와 진실

20대 국회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품질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21대 국회도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을 개정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수립 의무를 부과했다. 이들은 모두 법 적용 대상을 ‘하루평균 이용자 수 및 트래픽 양’을 기준으로 정한다.

그러나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품질 유지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서비스 품질은 시장경쟁을 통해 유지된다. 다만 공공 서비스(철도, 수도 등)나 서비스 품질을 조건으로 허가받은 서비스(의료기관, 어린이집 등) 등 공익·공공성이 강한 서비스에 대해서만 품질 유지 규제를 할 수 있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구글, 넷플릭스, 메타 등이 제공하는 부가통신 서비스는 전형적인 시장경쟁 영역이다. 미국에서 자연 독점을 우려했던 마이스페이스(My Space)는 금세 페이스북에 추월당했고, 우리나라도 국민 서비스였던 싸이월드가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서비스 점유율은 언제든 더 나은 서비스에 의해 뒤바뀐다. 즉 이용자나 트래픽이 높다고 공익·공공 서비스인 것이 아니다. KBS가 시청율이 낮다고 공영방송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일타강사가 엄청난 영향력을 가져도 공교육 주체는 아니다. 오히려 법률로써 민간 서비스를 공공 서비스로 지정하면 해당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쏠림이 발생하고 특정 서비스의 시장지배력을 공권력이 공고히 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다음으로 법 적용 대상 기준이 시정돼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그 적용 대상을 일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이 경우로 정한다. 그러나 특정 사업자의 트래픽이 통신망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전체 트래픽 발생량 중 해당 사업자의 트래픽 비중으로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해당 사업자의 트래픽이 혼잡시간대 전체 망 용량을 초과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트래픽이 최고조였던 코로나19 당시 ‘인터넷 트래픽 등 ICT 서비스 안정성 점검’ 보도자료에서 “트래픽 증가에도 이용량 최고치가 망사업자들의 보유한 용량의 45~60% 수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이용량이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이용량 최고치가 높기보다는 이용시간이 전반적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에 트래픽이 증가하더라도 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과기정통부 역시 서비스 안정성에는 전체 망 용량 중 혼잡시간대 이용량 최고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시행령은 망사업자의 트래픽 수용 용량을 고려하지 않는다. 마치 자동차가 10차선 도로의 두 개 차선만 이용하는데 그중 제일 많은 자동차를 제조하는 회사에 혼잡 대응책을 만들라는 것이다. 도로는 전혀 혼잡하지 않은데 말이다.

시행령의 트래픽 측정 방식 역시 부가통신사업자가 캐시서버 등을 통해 트래픽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반영하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은 독려할 필요가 있다.

부가통신사업자의 품질 의무를 규정한 법령을 시급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부교수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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