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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퇴직연금, 퇴직 이후 활용이 더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사철이 다가온다. 올해도 화려하게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으로 승진했다는 뉴스가 언론을 장식할 것이다. 이런 뉴스 뒷면에는 그동안의 노고를 뒤로하고 조용히 물러나는 퇴직자들이 있다.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퇴직자는 330만명에 이른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계속되면서 퇴직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회사의 여러 퇴직 절차 중 중요한 것이 퇴직연금을 받는 과정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퇴직연금 수급계좌의 92.9%가 적지 않은 세금을 부담하고 일시금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연금이 아닌 일시금을 선택한 주된 이유론 중간 정산 등으로 퇴직 후 받게 되는 퇴직연금 규모가 작다는 점이 꼽힌다. 다만 더 근본적 원인은 대부분의 사람이 생애주기에 따른 장기적인 재무계획 없이 상황에 맞춰 재무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5월)에 따르면 퇴직의 주된 사유가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사업부진, 조업중단 등 비자발적인 이유가 78.26%에 이른다. 정년퇴직은 8.5%에 불과하다. 갑작스러운 퇴직으로 적잖은 충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차분히 퇴직연금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에 의한 퇴직연금 인출상담이 필요한 이유다.

첫째, 퇴직연금 활용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기본적인 노후생활비 이외에 부채상환, 창업자금, 증여·상속 등으로 다양하다. 과거에는 퇴직이 바로 완전한 은퇴를 의미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점차 퇴직이 빨라지고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퇴직과 은퇴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퇴직 이후에 또 다른 일자리로 근로시간이나 소득을 줄이거나 자영업 등을 통해 은퇴를 지연하는 점진적 은퇴, 부분 은퇴가 흔해진 지 오래다. 따라서 퇴직연금을 바로 생활비로 소비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운용하다가 은퇴 이후 생활비로 활용하기도 한다.

둘째, 활용목표에 따른 장기적인 인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노후생활비 활용목표라면 우선 ‘장수 리스크’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리스크’ 등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사망할 때까지 물가상승을 고려해 연금액이 늘어나기에 이러한 리스크가 거의 없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그런 기능이 없기에 인출 전략 수립 시 이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함께 놓고 노후생활 목표에 따른 종합적인 현금 흐름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연금수령 한도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일시금보다는 10년 이상 연금으로 인출하는 것을 권장하기 위해 연금수령 한도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 1억원을 받은 퇴직자라면 첫해 연금수령 한도는 연금계좌 평가액 1억원을 11에서 연금수령 연차 1을 뺀 10으로 나눈 다음 120%를 곱한 12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두 번째 해는 남은 평가액 8800만원을 11에서 연금수령 연차 2를 뺀 9로 나눈 다음 120%를 곱한 약 1173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연금수령 한도 내에서 인출해야 온전히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득이한 사유로 연금수령 한도를 초과해 인출하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셋째, 퇴직연금에 대한 효율적인 운용 전략을 세워야 한다. 퇴직 이후 연금자산의 운용은 퇴직 이전과 크게 다르다. 특히 연금으로 인출하기 시작했다면 더 다르게 운용해야 한다. 연금자산을 적립하는 시기에는 손실이 나도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원금 회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인출기에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생활비 등으로 빠져나가기에 손실이 나면 회복이 쉽지 않다. 따라서 보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게다가 퇴직 이후 초기 수익률이 중요하다. 이는 ‘시퀀스(순서) 리스크’ 때문이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으로 받은 3억원으로 매년 300만원을 인출하는 A와 B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A의 5년간 수익률은 -6%, -1%, 5%, 9%, 20% 순이었다. 반대로 B는 20%, 9%, 5%, -1%, -6% 순이다. 5년 전체 단순 평균 수익률은 5%로, A와 B 모두 같다. 하지만 5년 후 A는 1억9000만원이 남은 반면 B는 2억3000만원이 남았다. 따라서 퇴직 초기에 특히 신중히 운용해야 한다.

넷째, 퇴직연금 받는 계좌를 결정해야 한다. 퇴직 연령이 55세 이전이라면 퇴직연금은 반드시 IRP(개인형 퇴직연금제도)로 받아야 한다. 증권사나 은행 등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은행은 지점망이 많고 상대적으로 익숙한 장점이 있다.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운용상품이 다양하고 실시간 상장지수펀드(ETF)거래가 가능하다. 55세 이상이라면 IRP 이외에 연금저축 계좌나 심지어는 일반 계좌로도 받을 수 있다. 일반 계좌로 받을 경우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지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IRP와 연금저축은 퇴직연금제도와 개인연금제도의 차이 등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의 범위가 다르다. 일례로 IRP는 정기예금도 활용할 수 있지만 연금저축계좌에는 원리금 보장상품이 없다. 활용목표나 운용계획에 따라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 선택해야 할 것이다.

독일 속담에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말이 있다. 퇴직연금을 잘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모은 퇴직연금을 퇴직 이후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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