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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비즈니스 전 알아야 할 일본 문화

최근 일본에는 한국 문화를 동경하고 한국 상품을 찾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문화 공연,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한다. 한국에서는 일본 여행이 붐이다. 정돈된 거리, 친절한 태도, 깔끔한 음식 등이 널리 알려지며 7월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430만명에 이른다. 일본인은 대중문화를 통해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인은 여행을 통해 일본을 이해한다. 경험을 중심으로 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 이것은 단편적인 이해에 불과하며 양국 문화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E. Hall)은 문화를 고맥락과 저맥락으로 나누고 일본을 전형적인 고맥락 문화로 꼽았다. 고맥락 문화에서는 그 문화에 속한 사람 간 공유되는 유사한 경험과 기대를 바탕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해석된다.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하고 협력 비즈니스 전개는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국도 고맥락 문화에 속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양국은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은 자기주장이 강한 데 비해 일본인은 남의 얘기를 잘 듣는다. 이런 태도는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한국 기업은 자사 제품에 대해 최고 품질, 최초 개발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일본 바이어는 이를 잘 경청하고 “그렇군요”라고 반응한다. 하지만 이는 주장하는 바를 알았다는 뜻이고 실제 그 제품이 관심이 있거나 구매를 검토하겠다는 표현은 아니다. 상담 상황을 통해 맥락을 파악하고 바이어 반응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 바이어는 신중하다. 신뢰를 구축하고 장기 거래를 생각한다. 한국 기업을 상담하면 서두른다는 인상을 받는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이 대일 비즈니스 현장에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바이어는 수출계약에 이르기까지 품질, 유지보수, 거래조건, 준비도 등 수많은 항목에 대해 확인한다. 계약 얘기는 없고 끝없이 자료만 요구하고 확인하려는 일본 바이어의 태도에 한국 기업은 당황해한다. 일본 바이어는 해외 중소기업과 거래를 시작함으로써 있을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체크하고 안심·안전, 지속적인 거래를 트기 위해 확인하는 것이다.

일본인은 각자 자기 위치를 정해놓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이라는 저서에서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자 알맞은 위치를 갖는다’는 그들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자기에 맞는 위치를 잘 파악하고 자기의 선을 넘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도와 행동의 폭이 넓은 한국인은 개인 위치를 정해놓고 행동하는 일본인의 태도를 답답하게 여긴다.

사물을 보는 관점과 태도는 비즈니스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 기업은 자사 제품에 대해 강한 설득적 메시지를 주장하고 서두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 바이어는 여러 제품 대안을 꼼꼼하게 검토하지만 수용하는 대안은 적다. 한국 기업의 주장을 주의 깊게 경청하지만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본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문화에 속한 소비자들의 사회적 규범과 행동양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는 그다음이다.

오창열 코트라 나고야 무역관 부관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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