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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정의선 회동 3년 만에...“미래 모빌리티 윈윈” 결실
2020년 두 그룹 수장 이례적 만남
삼성SDI ‘각형’ 기술력 상호 협력
삼성전자·전기와도 협업 지속 방침

삼성SDI와 현대자동차의 첫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은 2020년 두 그룹의 수장이 회동한 이후 약 3년 만에 나온 결실이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충남 천안 삼성SDI 사업장에서 만났다. 이 회장이 직접 정 회장을 초청해 전고체 배터리 등 삼성SDI의 차세대 기술력을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을 주목했다. 삼성·현대차 두 그룹 총수가 사업을 목적으로 만난 전례가 없었을뿐더러 정 회장의 경우 이전까지 삼성 사업장을 방문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이번 만남은 삼성의 차세대 베터리 기술을 보기 위한 자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후 양사는 2021년부터 꾸준히 협력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다른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는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삼성SDI와는 어떠한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었다.

삼성이 과거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1995년 삼성그룹은 삼성자동차를 설립했지만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0년 르노에 지분을 매각했다. 사업 철수 이후에도 삼성의 자동차 시장 진출설은 꾸준히 제기됐다. 2016년 삼성이 미국의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에 인수할 때도 다시 완성차 진출설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빗발쳤고, 두 기업 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해당 인수 이후 현대차가 하만 제품 탑재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사태의 반전이 일어난 것은 2018년이다. 삼성은 사내 공지를 통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완성차 사업을 하거나 관련 인수합병(M&A)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후 전장을 강화하는 삼성전자와 완성차·자율주행차의 미래를 넘보는 현대차 간의 협력 속도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룹 총수들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화며 갈등 관계도 희석됐다. 특히 정 회장과 이 회장은 갈등보다는 협력을 기반으로 서로의 특장점을 살려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번에 삼성SDI가 현대차에 납품하기로 한 제품은 개발 중인 6세대 각형 배터리 ‘P6’다. 각형 배터리는 삼성SDI의 경쟁력이 뛰어난 분야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와 원통형을, SK온은 파우치형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두 회사에서 파우치형을 주로 납품받아 왔으나, 이번 삼성SDI와 각형 협력으로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가 가능해졌다.

알루미늄 캔으로 이뤄진 각형 배터리는 충격에 강하고, 대량 생산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파우치형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외관이 단단하지 않아 자유로운 디자인에 유리하다.

특히 양사는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향후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 선행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협력 관계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SDI와 현대차와의 계약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두 그룹 간 협력 관계는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삼성전자는 현대차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하기로 했다.

차량용 시스템반도체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한다. 실시간 운행정보와 고화질의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게임 구동 등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지원한다.

지난달에는 삼성전기가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로 선정됐다. 삼성전기는 향후 서라운드뷰모니터(SVM)용 카메라와 후방 모니터용 카메라 등 2종을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시리즈에 디지털 사이드미러 디스플레이를 공급한 데 이어,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차세대 모델에도 OLED 패널을 공급할 전망이다. 김지윤·김지헌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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