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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은 왜 CFO를 모으려고 할까? [유혜림의 株마카세]
UN이 CFO 대상 첫 이니셔티브 결성한 이유는?
"ESG사업과 재무 전략, 따로 놀아선 안 돼"
"글로벌 100여곳 CFO 뭉쳐…클리오·KB증권"
"ESG, 재무지표 위주 공시 영역까지 확장 중"
"기업 ESG 사업 성과, CIO 의지서 판가름 나기도"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시대, 누구의 역할이 중요해질까.'

코로나 팬데믹 이후 ESG 열풍이 불면서 상당 수의 기업들이 'ESG 전략'을 전면 내걸고 있습니다. 이사회에 내 ESG 위원회를 두거나 경영전략실에도 ESG팀을 신설하는 등 내부 조직에도 변화가 불었지요. 하지만 기업의 모든 활동에는 '돈'이 들어가는 법입니다. 야심차게 조직개편을 하더라도 ESG 사업에 실제 '돈(예산)'이 흘러가지 않으면 힘 있게 추진하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또 ESG 가치에 위배되는 사업이 있다면 과감히 '돈줄'을 끊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ESG 워싱' 우려가 커질수록 UN(국제연합)은 기업 살림꾼인 'CFO(최고재무관리자)'의 역할을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UN에서 발족한 세계 최대의 기업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인 UNGC(유엔글로벌콤팩트)를 중심으로 'CFO 연합체'를 꾸렸는데요, 바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위한 CFO 연합'이라는 조직입니다. 이 CFO 연합체에는 현재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S&P와 무디스를 포함해 핌코, 유니베라, 포드, H&M 등 글로벌 기업 10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어요. 국내에선 클리오와 국내 금융사 최초로 KB증권이 서약에 가입했습니다.

CFO들이 뭉쳐야 한다는 논의가 궤도에 오른 시점은 바로 '코로나 팬데믹'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UN은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재원을 연간 약 3조~5조 달러로 추산했는데요, 팬데믹을 거치면서 연간 2조 달러가 더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2020년 UNGC는 ESG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CFO 테스크포스를 결성하면서 수조 달러의 투자를 집행하는 CFO들과 연대하기 시작합니다.

UNGC 태스크포스에 활동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니, 투자자, 은행, 개발금융기관, 신용평가기관, 지속가능성평가회사 등 다양한 기관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주로 시장 참여자들이 많지요. 이들이 모인 이유 역시 ESG 시장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투자 가치 사슬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도 있어요. 여기에 가입한 CFO들은 ▷우리의 ESG 전략이 실제 투자와 일치한가 ▷ESG 연계한 투자 전략을 마련하고 ESG 금융상품도 발행하는가 등을 따져가며 사업을 살펴봐야 합니다.

힘 있게 ESG 전략을 펼치려면 누구보다도 CFO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어요. 이병희 고려대 교수는 ‘ESG 활동에서 CFO 회계전문성의 역할’이라는 논문에서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총 27개국 샘플을 활용한 결과 재무에 능한 회계 전문가가 경영진에 포진해 있으면 기업의 ESG 활동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기 투자를 요구하는 ESG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재무에 능한 회계전문가가 경영진에 있을 경우 기업의 ESG 활동에 제약이 더 크다는 겁니다. CFO의 ESG 의지는 기업이 ESG 활동을 적극 펼치기 위한 필수조건인 셈이죠.

제가 주목하는 대목은 이미 3년 전부터 운영된 이 조직이 올해 다시 회자된 이유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ESG 공시' 이슈와도 맞닿았다는 해석을 내놓았어요. 이들은 "ESG 의제가 재무와 비재무 영역을 허물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재무제표와 같은 정량적 지표가 기업 가치를 설명해 왔다면 이제는 ESG 정보도 공시해야 하는 정책이 전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죠. 일찍이 이 연합에 가입한 CFO들도 ESG 정보를 살피고 공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삼정KPMG는 지난 7월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CFO는 공시 최고관리책임자로서 생성된 ESG 정보의 신뢰성과 재무정보 연계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회사 재무를 총괄하는 임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CFO들이 앞장서서 ESG 의제를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사회나 기업전략실에 ESG 전담 조직이 생긴 것처럼, 어쩌면 'ESG CFO'도 생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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