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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매파’ 본색 발언에 증시 찬바람 [미 국채금리 5% 돌파]
코스피·코스닥 급락 출발...“하방리스크 대비”

신중한 단어 선택으로 날카로운 발톱을 과시하진 않았지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긴축 선호)’ 본색은 숨길 수 없었다. 당장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아닐지라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목표치인 2%대에 도달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한 추가적인 경기 냉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이자는 5%를 돌파하며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미 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성장주’ 중심의 국내 증시도 고금리 장기화를 기본 상황으로 전제하고, 지속적으로 하방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25% 내린 2391.54에, 코스닥지수는 1.05% 떨어진 775.81에 장을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으며, 최근 몇 달간의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나와 동료들은 인플레이션을 2%로 지속 가능하게 낮추기 위한 노력에 있어 단합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사항은 파월 의장이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선 경제 성장세가 현 상황보다 다소 냉각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는 지점이다. 파월 의장은 “현재까지는 지표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 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매파적 태도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 증시 마감 전에는 장중 4.996%까지 찍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 종료 후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 5% 벽을 넘어선 것이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11월 FOMC 개최 전 21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블랙아웃(통화정책 관련 발언 금지 기간)’에 앞서 마지막 공개 행보에서 파월 의장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미 연준의 최종 목표를 시장 참여자들이 잊지 않도록 하려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미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강(强)달러 현상과 위험 자산 회피 현상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강화될 우려도 커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인위적 수준으로 경기를 망가뜨리는 것은 결코 과도한 대응이 아니라 교과서적인 방법”이라며 “파월 의장을 비롯한 미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2%대에 도달한 이후에도 최소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물가가 안착하는 것을 확인해야만 ‘피봇(pivot,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예상 시점은 최소 내년 하반기 이후”라고 강조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지난 2018년 파월 의장은 이미 인플레이션에 맞서 ‘오버킬(over kill)’이라 불릴 정도로 경기가 꺾일 때까지 긴축을 시행한 전력이 있다”며 “현재 주가 조정 향방은 긴축 완화 타이밍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국내 증시가 고금리란 터널에 들어선 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출구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은 셈이다. 장기적으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제를 토대로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한 주 동안 2.6% 하락하며 직전 저점 테스트 구간에 들어왔다. 전쟁우려가 지속되고 금리 급등이 더해진 영향”이라며 “주식시장이 바닥을 다지기 위해 금리와 전쟁 노이즈가 완화돼야 한다. 전쟁은 유가에 주는 영향이 커 금리 상승 성격이 강하지만, 불확실성 완화 시점을 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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