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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화학사고 대응계획 '외면'해도 손 못 쓰는 환경부
화학사고 대응 계획 수립 의무 지킨 지자체 245곳 중 70곳(28.6%)뿐
2020년 인천 남동공단 폭발사고 현장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2022년 5월 경남 고성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에서 수산화나트륨이 누출됐다. 이로 인해 근로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0년 11월 인천 남동공단에서 발생한 공장 폭발 사고로 작업자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그러나 경남 고성군과 인천 남동구는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와 지역 화학 사고 대응 계획이 없다.

매년 화학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사상자가 크게 늘었지만, 전국 지방자치단체 3곳 중 2곳은 이에 대한 대응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은 이를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지만, 이를 지키는 지자체가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지자체가 법적 의무 사항을 외면해도 환경 당국은 지자체가 화학사고 대응 계획을 수립하지 않아도 이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

20일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에 따르면 전국 245개 지자체 중 화학사고 대응계획을 세운 지자체는 70곳(28%)에 불과했다. 2020년 3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개정되면서 전국 지자체는 화학사고에 대비해 주민의 대피나 긴급 구호 물자 보급 방안 등을 담은 ‘지역 화학 사고 대응 계획’을 세워야 한다.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는 지자체가 70%를 넘는 셈이다. 지역 화학 사고 대응 계획이 없는 지자체 중 광역시도는 부산, 광주, 대구, 강원, 충남, 충북, 전북, 경북, 경남 등이다.

[이주환 의원실 제공]

의무 사항인 화학사고 대응 계획뿐 아니라, 화학물질 관리 전반을 다루는 ‘화학물질 안전 관리 조례’가 제정된 곳도 101곳으로 절반에 못 미친다(41%). 화관법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자체는 화학사고 대비 계획을 포함해 화학물질의 정보 제공이나 화학물질 심의 자문 위원회 구성 등을 포함한 조례를 정할 수 있다. 이중 화학사고 대응 계획이 2020년 법 개정으로 의무화됐다. 화학물질 관련 조례와 사고 대응계획을 모두 갖추고 있는 지자체는 245곳 가운데 48곳(19.6%)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학사고는 크게 늘었다.

화학물질안전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7월) 발생한 화학 사고는 총 345건이다. 사상자 수는 2019년 33명(사망 1명)에서 2020년 61명(사망 4명), 2021년 61명(사망 4명), 2022년 70명(사망 3명)에 이어 올해 상반기(1~6월)까지 36명(사망 3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연간 0.1톤에서 1톤으로 상향하는 등 관련 법을 완화하고 있는 만큼 이런 추세가 더 심화할 것이란 점이다. 실제 이미 지난 정부와 비교해 화학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배가 늘어난 상태다. 2017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문재인 정부 5년간 화학사고 사망자는 14명으로 월 평균 사망자는 0.2명이었던 데 비해 2022년 5월 이후 올해 6월까지 윤석열 정부 14개월 간 화학사고 사망자는 6명으로 월평균 0.4명이다.

문제는 지자체가 화학물질 유출사고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조차 하지 않아도 환경 당국은 지자체가 화학사고 대응 계획을 수립하지 않아도 이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보다 특성과 여력이 다르다보니 강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부는 화학물질 안전 관리 조례 제정을 원하는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서 연간 4개 지자체에 관련 컨설팅을 돕고 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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