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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경기 어려운데 전쟁까지...금리인하 적어도 6개월 뒤로 [한은 6연속 기준금리 동결]
소비자물가 상승률 3%대로 반등
경기회복 불투명·가계부채 부담
이-팔 전쟁 등 대외불확실성 높아져

한국은행이 19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결정하며 올해 2월 이후 6차례 연속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반등하고 더 오를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라 금리 유지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긴축 정책이 끝나지 않은 데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까지 발생하면서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상태다.

그러나 수출이 12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소비도 위축되는 가운데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부담인 실정이다.

통화정책 방향을 섣불리 선회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한은은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로 돌아서는 것은 빨라도 내년 2분기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우선 물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2.7%, 7월 2.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3.4%로 반등한 뒤 9월 3.7%로 더 높아졌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일각에서는 1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한은이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3%대 물가 상승률은 한은이 예상했던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금리를 인상할 필요도 낮게 평가된다. 한은은 이후 물가 상승률이 다시 둔화해 연말 3% 안팎으로 내려가고 내년엔 2%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관망’=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와 이-팔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은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며 관망세를 유지한 또 다른 이유다.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11월에는 동결할지, 다시 인상에 나설지 미지수다. 현재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기준금리 격차는 2.00%포인트로 사상 최대폭인데, 미국이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올릴 경우 2.25%포인트로 더 벌어지게 된다. 과도한 한미 금리 역전은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을 이탈시켜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이-팔 전쟁은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전쟁 발생 후 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였다. 국제유가는 중동 불안에 출렁이며 90달러를 재돌파했다. 전쟁이 확산될 경우 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은 우리나라 물가와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80달러 중반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가정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예상했다. 하지만 유가가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우리는 성장률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며 “유가가 우리가 예상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저성장·가계부채 부담=경기 회복 지연과 낮은 경제성장률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고 유지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546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9월보다 4.4% 줄어들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1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다. 이는 2018년 12월∼2020년 1월(14개월간) 이후 가장 긴 연속 수출 감소다.

9월 무역수지는 37억달러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데서 기인한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50억3000만달러(약 34조원)에 달한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낮게 예상된다. 한은과 정부는 1.4%를 예상하고 있지만 아시아개발은행(ADB, 1.3%), 국회 예산정책처(1.1%), 피치(1.0%) 등 국내외 기관은 더 낮은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이 예고된 것이다.

또한 가계부채 누증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렵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디레버리징(가계부채 축소)을 위해선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지만 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의 원리금 상황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고,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는 내년 2분기 이후 전망=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한은의 긴축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하고 금리 인하로 선회(피벗)하는 시점을 이르면 내년 2분기에서 내후년까지로 보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내년 2분기, 미국은 내년 3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한국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긴축이 길어지고 여러 변수들이 생기면서 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늦춰지는 모양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2분기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3분기 인하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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