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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업 대출 받은 24%는 이자도 못 낸다
정책 사각지대, 채무부실 가속화
“진짜 취약계층 외면” 불만 커져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자영업자의 채무 규모는 1.6배로 급증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도 더이상 돈을 빌리지 못하고 대부업으로 밀려난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단 뜻이다. 더군다나 대부업은 정부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에도 포함돼있지 않아 유독 채무 상황 악화가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벼랑 끝 자영업자를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부업 차주 ‘부실’ 비율 압도적으로 높아=19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대부업체에 등록된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의 채무액은 2550억원으로 처음 집계가 시작된 2019년 말(983억원)과 비교해 1567억원(16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수치는 올 2분기에만 약 900억원가량 늘어나며, 최근 더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부업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권에서 등록한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 수는 올 상반기 말 기준 3702명으로 2021년 말(3228명)과 비교해 14.6%(474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부업권에서 대출한 자영업자 수는 1만4950명에서 1만5613명으로 단 4.4%(663명) 증가에 그쳤다. 이를 고려하면 올 상반기 말 기준 대부업권 자영업 차주 중 채무 불이행자의 비중은 23.7%에 달한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넷 중 하나가 90일 이상 이자를 납부하지 못한 ‘한계차주’라는 얘기다.

이는 타 업권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전체 자영업 차주 335만명 중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인원은 5만2061명으로 1.55% 수준에 불과하다. 대부업 외 업권을 살펴봐도 ▷저축은행 5.05% ▷캐피탈 1.66% ▷카드 1.14% ▷상호금융 1.04% ▷은행 0.82% ▷보험 0.46% 등이다.

아울러 전체 자영업자의 대부업권 채무액 또한 올 상반기말 기준 6500억원으로 2019년 말(2355억원)과 비교해 3년 새 4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자영업자의 대부업 채무 중 39.2%가량은 채무 불이행자의 채무다.

▶정책서 소외된 ‘대부업’ 차주들...‘빚의 굴레’ 못 벗어난다=문제는 취약 자영업자들의 채무 상환 및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채무조정 정책인 ‘새출발기금’에 부실 비중이 높은 대부업 대출이 제외됐다는 것이다. 새출발기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부업 대출은 별도 감면 및 조정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애초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새출발기금 지원이 시작되기 전, 채무조정 대상에 대부 채권을 포함하고자 했다. 그러나 채권 매입가격 등에서 업권과 의견 차이를 보이며 최종 무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업권의 경우 새출발기금 대상에 포함되는 차주의 비율이 높아 타 업권과 비교해서도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며 “법정최고금리(20%) 등으로 신규 영업도 힘든 상황에 따라 협상이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계속된다. 1·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대부업을 찾았을 뿐인데, 되레 취약계층 지원에서 제외됐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새출발기금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는 자영업자 A씨는 “새출발기금은 물론 정부에서 홍보한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에서도 대부업 대출은 늘 제외됐다”며 “진짜 어려운 사람들은 혜택도 못 받는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자영업자들의 고금리 대출을 7% 이하 저금리 은행 대출로 대환해주는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러나 대부업 대출은 역시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당시 정책을 발표하며 “개인사업자의 경우 법인대출과 개인대출이 섞인 측면이 있다”며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어 제외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부업권 전체 자영업 차주 규모는 올 1분기말 1만6354명에서 2분기말 1만5613명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법정최고금리 제한에 따라 대부업에서 신규 대출을 중단하다시피 한 가운데, 고금리 부담에 따른 차주들의 상환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상환능력을 상실한 대부업 차주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말 기준 자영업 신용불량자의 1인당 대부업 채무액은 6887만원으로 지난 2021년(2399만원)과 비교해 3배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주 의원은 “대부업 대출의 채무조정 필요성이 매우 높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대부업 대출로 떠밀린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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