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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호주의 저출산 문제와 인플레이션

한국인들에게 호주는 ‘이민하기 좋은 나라’ ‘천혜의 환경을 가진 나라’ ‘여유로운 나라’ 등으로 인식된다. 많은 부모에게는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로 인식된다. 그런 호주도 최근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치 명품 가게 앞 오픈런을 하기 위한 대기줄처럼 2022년 말부터 호주 도시 곳곳에서 사람들이 주택 건물 앞에 길게 늘어선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임대로 나온 집 하나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다.

호주 뉴스에서는 이를 ‘주택 임대위기(House Rental Crisis)’로 연일 보도했다. 임대료가 올라 집을 보기 위해 100명이 넘는 사람이 기다리는 광경은 호주에선 보기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

자산데이터 분석기관인 ‘코어로직(CoreLogi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호주의 전국 평균 임대료는 전년 대비 10.1% 상승했다. 혼잡도가 심한 시드니 도심은 월평균 약 3000AUD(호주달러), 우리 돈으로 265만원 수준의 월세를 부담하고 있다.

이러한 주택 임차위기는 지난해 5월부터 12차례 단행된 금리인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5월 0.1%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올해 9월에는 4.1%까지 치솟았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담보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된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려 임차인에게 부담을 일부 전가했다.

코로나 규제가 풀리며 이민자와 유학생의 유입이 증가해 임차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거비뿐만이 아니다. 호주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식품 가격 평균 상승률이 9.2%로 최고치를 찍은 이래로 식품 가격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가스·전기 유틸리티 가격도 12~14% 상승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2023년 1분기 동안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공공산부인과 병동의 출생아 수는 최근 13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2분기 약 1만9100명으로 반등한 후 2023년 1분기에는 약 1만5900명으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호주 통계청과 전문가들은 출산율의 추가적인 하락을 예상한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로 인한 선진국의 출산율 감소 경향을 고려하더라도 NSW주에서 13년 만에 최저 출생아 수치를 기록한 것은 최근 호주가 겪은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시드니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40세 미만 여성 근로자 중 70%가 ‘주거비용이 출산계획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호주 국립대학이 실시한 다른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출산을 계획할 때 집을 살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젊은 층과 교육 수준이 낮은 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일련의 사례와 연구들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인 호주조차도 서민 지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출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호주 정부는 올해 9월 100억 AUD 규모의 주택기금 예산을 의회에서 통과시켜 향후 5년간 3만가구의 신규 주택을 건설하기로 했다. 호주 정부의 정책이 서민 주택 안정과 출산계획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여빈 코트라 시드니무역관 과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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