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의대 정원 확대하면 소아과 의사 늘어나나"…필수의료 전공의 확보 대책 시급
소아과 전공의 확보율 2020년 71%에서 올해 25.5% 급감
전공의 중도 포기율은 2017년 6%에서 지난해 23%로 급증
개업의 수 2018년 122곳에서 2022년 84곳로 '뚝'
국회에선 과학적 의사정원 추계법 발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소청과 진료비는 30년 동안 묶여 있어 전체 15개 진료과 중 가장 낮다. 2021년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의원) 기준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만7611원이다. 지난 10년간 유일하게 진료비가 줄어든 과로, 5년간 동네 병의원 662곳이 폐업했다.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2025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확보 대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필수과목 전문의 30대 이하선 24%감소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71%에서 올해는 25.5%까지 급락했다. 전국 소아암 치료 의사는 69명, 소아심장 수술 의사는 33명에 불과하다.

애초에 목표한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아과 전문의가 되기 전에 이를 포기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소아과 전공의 중도 포기율은 2017년 6%에서 지난해에는 23%로 크게 늘었다. 소아과 개업 건수는 2018년 122곳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84곳으로 떨어졌다.

소아과 뿐 아니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주요 필수과목 전문의 중 40대 이하 연령대는 줄고, 50대 이상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부와 여당이 18년째 묶여있는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시작했지만, 필수의료 분야에서 인력 부족으로 시스템 붕괴가 일어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단순히 의대 정원만 대폭 늘리는 것으론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폐업한 소아과전문의 김모(71)씨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마냥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소아과 전공의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며 “복지부가 소아과 개업의들이 왜 폐업할 수밖에 없는 지 현실을 직시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2021년 12개월 중 9개월 간 적자를 본 김씨는 폐업 후 요양병원에서 ‘페이닥터’로 일하고 있다. 그는 “폐업할 땐 수 십년간 진료한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함께 일해온 간호사에 미안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폐업한 이후 지금은 먹고 살 만하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서울연구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개인병원 중 소아청소년과는 456개로 2017년 521개보다 12.5% 줄어들었다. 5년 전보다 수가 줄어든 개인병원 진료과목은 총 20개 중 소아청소년과와 영상의학과(-2.4%)뿐이다. [연합]

폐업하지 못한 소아과 개원의들은 지금도 적자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질병관리청은 생후 2~6개월 영아에 대한 로타바이러스(장염)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되면 소아과 백신 접종 수익은 지금의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각 병원이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접종수당(시행비)이 건당 ‘1만9610원’으로 고정되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나 피부과가 고가의 의료장비나 미용 시술로 ‘비급여’ 수익을 내는 것과 달리 ‘생명’을 다루는 소아과의 거의 유일한 ‘비급여’는 백신이다. 경영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달 소아과 전공의에게 매월 100만원의 수련 보조 수당을 추가 지급하고 야간·응급 진료 보상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개원의하고는 무관하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소아 의료체계 붕괴가 머지않았다”고 질타했다.

"동네 소아과 살려야 '생태계' 사는데, 정책은 거꾸로"

이는 비단 소아과 뿐 아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 0.7명을 기록 중인 만큼 산부인과의 상황도 위태롭다. 고질적인 저수가는 물론 위험 부담이 큰 분만을 회피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국 산부인과의 82%는 분만 수가를 청구하지 않았다. 이는 해당 병원에서 출산이 없었다는 뜻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분만 수가가 55만원인데 아이를 하나 받으려면 최소 3명은 붙어 있어야 한다”며 “이런 고질적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도 분만 수가를 현실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분만 수가를 400% 인상하고, 분만 사고 보상금의 80%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제도나 정책이 같이 정비되는 게 필요하다”며 “병원에서 필수의료를 보는 의사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고, 충분한 인력이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이날 국회에선 과학적 근거 기반 의사정원 추계를 위한 보건의료인력수급추계지원위원회 설치법이 의사출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신 의원은 “적정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한 합리적인 의료인력 수급 계획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붕괴와 의료취약지 인프라 격차 문제 개선은 정치적 판단이 아닌 정책적 근거하에 조정된 의사정원을 통해 완성시킬 수 있으며,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의대 정원 확충이 필요할 땐 늘리고, 감축이 필요할 땐 줄이는 기전을 마련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