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끌어 쓴 ‘다중채무자’가 450만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4명 중 1명 꼴이다. 금융권에서 추가로 돈을 빌리기 어려울 뿐더러 고금리 직격탄을 맞아 상환에도 한계를 맞고 있다. 실제로 이들 다중채무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약 62%로, 최저 생계비 정도를 빼고 거의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16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1978만명, 대출 잔액은 총 1845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로, 1분기보다 차주 수가 1만명, 대출 잔액이 4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자 중 다중채무자 수는 448만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6%로 1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했다.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과 1인당 평균 대출액은 각 572조4000억원, 1억2785만원으로 추산됐다. 1분기 대비 3조3000억원, 113만원 줄었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DSR은 61.5%로 집계됐다. DSR은 대출자가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빚부담에 연체율은 상승 추세다. 다중채무자의 연체율도 1.4%로 3개월 새 0.1%포인트 더 올랐다. 2020년 1분기(1.4%)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차주’의 상황은 더 어렵다. 2분기 말 현재 취약차주의 DSR은 1분기보다 0.2%포인트 오른 평균 67.1%로, 2013년 4분기(67.4%)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약차주 37.8%(48만명)의 DSR이 70% 이상이었고,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차주 대출액의 68.2%(64조9000억원)를 차지했다.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취약차주 수 비중은 6.4%로 3개월 새 0.1%포인트 늘어 2020년 4분기(6.4%)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커졌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평균 DSR은 2분기 말 39.9%로 추산됐다. 지난해 4분기 40%대로 높아진 뒤 3분기 만에 30%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연 소득의 40% 가량을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셈이다.

DSR이 100% 이상인 차주도 전체의 8.6%나 됐다. 171만명에 이르는 가계대출자의 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소득보다 많다는 뜻이다. DSR이 70% 이상, 100% 미만인 대출자(6.3%·124만명)까지 더하면 DSR 70% 이상 대출자 수는 295만명(14.9%)까지 늘어난다.

거의 300만명의 대출자가 원리금 부담 탓에 생계에 곤란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DSR 70% 이상인 가계대출의 비중이 40.8%에 달한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