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수면제, 신경성 위염약, 불안성 치통약.’
모두 가정 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약들이다. 동시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의료용 마약류’다. 최근 마약 대신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을 시행중이다. 하지만 본사업은 축소되고, 올해 예산은 이전과 동일하게 책정됐다. 정부의 사업 추진 의지가 실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는 지지부진한 홍보와 일반인의 정보 부족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 받은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사업’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전역에서 실시한 해당 시범사업에 69개 약국이 참여해 9024개(555kg) 의료용 마약류를 수거했다.
올해의 경우에는 사업이 축소돼 경기도 전역이 아닌 ‘경기도 부천시’에서만 이뤄져, 현재 88개 약국에서 9485개(740kg) 의료용 마약류가 반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의료용 마약류 회수를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축소와 함께 올해 예산안도 지난해와 동일한 1억8100만원으로 책정돼서다.
이런 가운데 의료용 마약류 처방은 매해 꾸준히 늘고 있다. 세부적으로 처방은 2020년 9993만9580건(1747만5493명), 2021년 1억338만489건(1884만4312명), 지난해 1억242만4505명(1946만35명), 올해 6월까지 5091만1344건(1214만4148명) 등이다.
쉽게 말해 의료용 마약류 처방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에도, 복용하지 않는 의료용 마약류 회수·폐기 정책은 뒷걸음질중이라는 것이다.
전 의원은 “의료용 마약류 처방은 늘고 있는데, 사업의 성과와 예산은 진전이 없다”며 “정부는 쓰고 많은 약에 대한 수거 의지가 없는 거 같다”고 질타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일반인들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의료용 마약류를 ‘마약’이라고 인식하지 못 해 방치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일반인에 대한 홍보가 필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 홍보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임희원 부천시약사회 회장은 “일반인들이 처방 받고 예후가 좋아 복용하지 않는 의료용 마약류가 많다”며 “책정된 예산에 홍보비가 없는데, 일반인들은 의료용 마약류를 구분하지 못 하기 때문에 SNS 등을 통해 홍보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