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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 비리 잡겠다"며 만든 정부 신고센터, '사용자 불법' 호소로 가득
고용부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 7개월간 1512건 신고 통계 전수조사
'노사 법치주의', '건폭' 앞세웠지만 신고 85%가 '사용자 부당행위'
윤건영 의원 "노동자 삶과 직결된 문제…신고 내용 실질적으로 해결해 줘야"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앞세워 올 초 개설한 고용노동부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내용의 85%가 사용자의 불법·부당행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노동조합의 부조리를 바로잡겠다는 의도와 달리 부조리 신고에 대한 방점이 사측에 찍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26일 신고센터가 운영된 이후 8월 31일까지 접수된 피해 신고는 모두 1512건이다. 이 중 근로자가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신고한 건수는 1285건으로 전체 85%에 달했다. 피신고자가 노동자단체(노동조합)인 경우는 17.5%에 그쳤다.

[윤건영 의원실 제공]

‘노사 법치주의’ 확립이라는 윤 대통령의 철학에 발맞춰 올해 1월 26일 개설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고센터 출범 직전인 1월 25일 근로감독관들과의 간담회에서 “폭행·협박, 부당하고 불투명한 노조 운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 포괄임금제 때문에 일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고 공짜 노동에 시달리는 분들의 진솔한 제보를 기다린다”며 센터를 홍보한 바 있다.

[윤건영 의원실 제공]

실제 고용부가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한 '신고센터 운영계획' 상에도 신고센터의 운영 목적은 노조의 부조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신고센터의 목적 및 배경란에는 노조 재정 부정사용 등 노조의 불법행위 사례가 굵은 글씨로 강조돼 있다. 고용부 홈페이지에 마련된 ‘신고대상’ 역시 노조 운영 및 회계 투명성, 노조 불법‧부당행위가 가장 먼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신고의 대부분은 고용노동부가 강조해 온 노조 부조리가 아닌 사용자의 불법행위 등에 대한 시정 및 처벌 요구였다. 특히 전체 1512건의 피해 신고 중 단 1건(노동자단체)을 제외하면 모든 신고자는 개별 근로자였다.

접수된 신고내용을 분석하면 수당 지급 및 해고 과정에서의 부당행위나 사용자의 폭언‧폭행이 주를 이뤘다. 신고사유를 살펴보면 한 근로자는 사용자가 목을 조르며 위협을 가했다고 호소했고, 또 다른 이는 사용자가 전 직원 앞에서 지속적인 성희롱적 발언을 해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전체 신고 3건 중 1건 가량은 야근 등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특별한 사유없이 임금을 체불해 발생했다.

신고 처리 결과를 보면, ‘상담 안내 후 종결’이 전체 45.6%(688건)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신고 내용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이 아닌, 신고 접수 후 기본적인 상황 파악 과정에서 자체 종결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어 ‘신고 취하’(19.4%), ‘처리 중’(13.0%), ‘혐의없음’(8.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실질적인 시정이나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개선 완료’(7.8%)나 ‘시정 완료’(2.5%), ‘사법처리’(1.0%), ‘과태료 부과’(0.3%) 등을 모두 합쳐 약 10% 남짓이었다.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부는 지난 2월2일부터 신고센터 내에 ‘포괄임금 오·남용 신고센터’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노동현장에서 ‘공짜 노동’이나 ‘야근 갑질’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어 노동계를 중심으로 폐지 요구가 끊이질 않았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일부터 8월 31일까지 총 49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한 달에 70여 건에 이르는 수치로, 주요 내용은 포괄임금제를 이유로 사용자가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접수된 신고에 대한 고용부 처리 현황은 ‘의심사업장 관리대상’으로 지정한 경우가 286건(57.8%), ‘관리 불필요’, 즉 신고를 기각한 결정이 209건(42.4%)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의심사업장 관리대상으로 지정된 경우, 더 철저한 관리와 근로감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고용부 방침은 포괄임금 오·남용을 방치한 기존의 감독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고용부는 포괄임금을 오‧남용해 온 사업장에 대해 즉각적인 처벌 대신 사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시정명령을 내려왔다. 신고센터를 통해 피해를 접수 받고, 이에 따라 감독에 착수하는 근로자의 현 대응 방식 역시 그간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건영 의원은 “당초 출범은 ‘노조를 잡겠다’고 만들어진 신고센터이지만, 실제 운영 결과를 보면 현재 대한민국의 노동현장이 얼마나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져 있는지가 한 눈에 확인된다”라면서 “이제라도 삐뚤어진 노사 인식에서 벗어나 신고된 내용을 해결할 수 있게 법치주의를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윤 의원은 “노동부는 신고를 접수하는 형식적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실효성 있게 신고센터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각별히 신경을 쓰고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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