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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高의 고통’ 길어진다
10월 수출 13개월 연속 감소세 지속
중동 불안에 유가 추가상승 우려
美 긴축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듯

한국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제의 주름살을 키우고 있는 국내외 시장금리는 미국의 긴축 고삐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중동 불안’이 부각되면서 유가가 더 오르면, 겨우 잠재운 물가마저 밀어올릴 수 있다. ▶관련기사 4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2년여간 대응했던 긴축이 다시 또 제자리로 돌아가는 꼴이다.

예기치 못한 전쟁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변동성에 휩싸이면서 한국경제도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수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긴축이 더 길어지면 내수마저 위축될 수 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15억87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줄었다. 월간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작년 10월부터 이달 초순까지 13개월째 감소세다. 2018년 12월∼2020년 1월(14개월간) 이후 가장 긴 수출 감소다.

다만 이달 초순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9.2% 늘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4.5일로 작년(5.0일)보다 0.5일 적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5.4% 줄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달 1∼10일 수입액은 169억2900만달러로 8.4%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는 53억43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16억25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늘었다.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면 경상수지도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3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5월 이후 4개월 연속 흑자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다.

실제 8월 수출이 537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7억1000만달러(-6.5%) 줄어든 데 반해, 수입이 486억8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129억1000만달러(-21.0%)나 감소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돈이 안전자산(달러화)으로 몰리면, 원화값은 더 떨어진다. 환율이 오르면 에너지 수입액 등의 표시가격이 뛰면서 흑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기 어렵다. 지난달 가스(-63.1%), 석탄(-36.9%)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36.3% 줄었다. 국제 에너지가 하락이 원인이었다. 무역수지 흑자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유가 오름세가 생기면 이 흑자요인이 사라진다.

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대부분 품목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전기·가스·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이 직접 상방압력에 직면한다.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물가 상승은 다시 전 세계적으로 긴축 고삐를 죄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금리는 더 오른다. 가뜩이나 사상 최대 빚 규모에 고금리 여파로 이자 부담이 큰 한국 경제로선 발목이 잡힐 수 밖에 없다. 실제 높은 이자 비용은 실질 소득을 줄이며 내수를 위축시키고 있다. 8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3% 줄면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소비가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작년 4~7월 이후 1년여만이다. 이를 만회하려면 수출이 급등해야 한다. 핵심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처인 중국 경제 회복이다. 당초 정부 ‘상저하고(하반기 경기반등)’를 줄곧 외친 근거도 중국 경제였다. 그런데 중국이 오히려 침체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2일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4.8%에서 4.4%로 하향 조정하며 높은 부채 수준, 부동산 경기 둔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배문숙·김현경·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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