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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마통' 113조 빌려 쓴 정부, "이자부담 만만찮네"[2023 국감 핫이슈]
일시대출금 13년 내 최대…이자만 1500억원
9월말 잔액은 '0'…올해 세수 부족 영향 탓
해외선 원칙적 금지…예외 규정 엄격 적용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정부가 올해 연중 세수 부족에 시달리면서 한국은행에서 113조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전산화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으로, 정부가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약 1500억원에 달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해외 주요국에서 대부분 금지되거나 관련 규정 자체가 부재해 정부가 재정운용을 느슨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 마통' 113조원…통계 전산화 이후 최고치

9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말까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해간 누적 금액은 총 11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까지 누적액만으로도 해당 통계가 전산화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전체 누적 대출액(34조2000억원)의 3.32배 규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지출이 확대됐던 2020년 대출액(102조9130억원)도 넘어섰다.

대출금이 늘면서 정부가 올해 들어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497억원에 이른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재정증권과 함께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마이너스 통장처럼 한도가 있다.

올해의 경우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 최대 50조원까지 빌릴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은 대출 잔액이 50조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빌리고 갚기를 반복해 왔다.

올해 대정부 일시대출금 평균잔액은 5조81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잔액(1조7610억원)의 3.3배이며,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5조1091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다만 9월말 현재 정부의 한은에 대한 일시대출 잔액은 0원으로, 113조6000억원을 빌렸다가 모두 상환한 상태다.

올해 정부가 13년 만에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지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급히 끌어 쓴 일이 잦았다는 의미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정부의 총수입(353조4000억원)에서 총지출(391조2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월 말 기준 37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 30조원 흑자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67조9000억원 적자이다.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너무 많은 돈을 자주 빌리면 유동성을 늘려 물가 관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 때문에 일시대출의 부대조건으로 '정부는 일시적 부족 자금을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한은으로부터 차입하기에 앞서 재정증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일시 차입이 기조적인 부족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차입을 하고자 하는 경우 차입시기, 규모, 기간 등에 관해 한은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등 조건도 있다.

해외국 중앙은행법엔 원칙적 금지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아 각국 중앙은행법령을 분석한 결과 , 유럽중앙은행 (ECB) 과 유로존 소속 20 개국 중앙은행은 당좌대출 및 여타 종류의 대출제도를 원천 금지하고 있다 .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스웨덴 , 노르웨이 , 스위스는 중앙은행의 대정부 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일중 (24시간 내) 대출만 허용하고 있다 . 홍 의원실은 "이종 통화 간 결제 시 발생하는 문제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

일본과 이스라엘은 원칙적 금지는 동일하지만 예외 규정을 달리하고 있다 . 이스라엘은 연 최대 150 일 이내 , 일본은 국회의 의결을 요건으로 둔다 .

영국과 미국에서는 중앙은행의 대정부대출 취급규정 자체가 부재하다 .

영국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 코로나 19 팬데믹 등 위기 때만 별도 의정서를 채택해 한시적으로 당좌대출 제도를 운영하도록 했다 . 미국은 취급실적이 전무하다 .

대정부 대출제도가 있는 나라는 캐나다 한 곳이지만, 실제로 실시된 적은 없다 . 대출기간은 6 개월 이내 , 대출규모는 당해연도 정부 추정세입의 3분의 1 이내 , 상환기한은 익년도 1분기 종료 전까지로 정해놓는 등 요건이 엄격했다.

홍 의원은 "정부가 1년치 회계의 구멍을 메꾸기 위해 수시로 중앙은행 돈을 빼 쓰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한 셈"이라며 "기재부가 세수결손을 메꾸기 위해 중앙은행을 마이너스 통장 삼는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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