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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드래곤' 이창용 총재와 함께 '경제 인플루언서' 된 한은
한국경제 '싱크탱크' 역할
이창용 총재, 적극 소통 강조
서울 중구 명동 한국은행 본부 전경. 문혜현 기자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우리 경제가 당면한 중장기적 도전을 생각해 보았을 때 우리의 책임이 통화정책의 테두리에만 머무를 수 없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취임사)

'통화정책을 넘어선 통화정책'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긴축이 2년여 이어지면서 물가와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중심 기관이 된 때문도 있지만, 이창용 총재가 취임 후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하면서 나타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재는 “(한은이)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가장 잘 제시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적극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한은은 과거 ‘한은사(寺)’라고 불릴 정도로 절간처럼 침묵을 지키는 조직이었다. 금리 결정과 관련해서도 시장에 많은 신호를 보내기보다는 발언을 아끼고 신중함을 보이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총재가 오면서 기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총재는 취임 직후 ‘우리가 자신 있게 우리 의견을 다른 기관이나 국민께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 본인도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 누리꾼으로부터 ‘창용신(神)’, ‘창드래곤(dragon)’ 등 애칭까지 얻으며, 명실상부 거시경제의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예전이라면 공개하지 않았을 보고서들을 굉장히 많이 발표하고 있다”면서 “금융통화위원회 논의를 위해 내부적으로 만든 자료들도 다른 기관에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통계 이외에도 홈페이지 블로그 등을 통해 소통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전에는 이슈노트 작성자명에 관련 부서 이름만 기재됐다면, 최근엔 실명과 직급이 기재되면서 저자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에 이름을 올려 밖에서도 인정받았으면 한다는 이 총재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금융통화위원들과 개별 부서 국장 등 다른 간부들도 외부 강연이나 언론 인터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심포지엄'에서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

시장 참여자들과 의견 교환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자본시장·은행권·비은행권 상황까지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직접 자료를 요청하거나 분위기를 묻는 빈도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증권사·자산운용사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문이나 기자간담회 내용에 이전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면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탓도 있지만, 이 총재를 비롯한 한은의 목소리가 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와 관련해서도 코인업계와 긴밀히 접촉해 코인시장 생태계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목소리가 커진 만큼 더 정확한 의견을 내기 위한 연구·조사가 많아진 점은 한은의 업무 강도를 키울 수 있다는 평가다. 다행히(?) 한은 내부에선 이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소통 확대에 더 공감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은 관계자는 “적극적인 소통을 어려워하기보다는 밖으로 나가는 내용에 대한 전제나 근거를 더 정확히 하려고 열심”이라며 “그런 부담도 조금 내려놓고 나가서 더 많이 이야기하라고 하는 것이 총재의 일관된 주문”이라고 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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