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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투자자 95%가 물린 ‘배터리 주식’…‘세계 1위’ 러브콜이 ‘구조대’될까? [신동윤의 나우,스톡]
[게티이미지뱅크, LG에너지솔루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작년 1월 27일. 상장과 동시에 국내 증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꿰찬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코스피 시장 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이 그 주인공입니다. 상장과 동시에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시가총액 2위 자리에 올랐다는 새 기록을 세웠던 것이죠.

LG에너지솔루션의 등장은 단순 한 종목의 상장 이상의 의미를 지녔단 평가를 받습니다. 그동안 반도체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경제에 2차전지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란 점을 알리는 신호탄으로서 역할을 했던 것이죠. SK하이닉스를 시총 3위로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이 이를 상징하는 한 장면입니다.

국내 증시사(史)와 산업적 측면에서 크고 거창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하지만, 상장으로부터 약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종목에 투자한 주주들에게는 ‘고구마’를 100개는 먹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의 답답함을 주는 종목으로 꼽히죠.

美 IRA AMPC 수혜 기대감에 주가 ↑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올해 국내 증시에 거세게 분 2차전지 투자붐의 수혜를 입었던 종목이라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한때 연간 수익률이 1000%가 넘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주가가 올랐던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양극재 관련 종목 정도는 아닐지라도, LG에너지솔루션 주가 역시도 올해 시작과 동시에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연저점(1월 5일·43만3500원) 대비 연고점(6월 12일·61만2000원)까지의 상승률은 41.18%에 이르렀고요.

이 같은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던 원동력은 바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이끈 투심이었습니다. IRA 수혜주란 분석은 벌써 작년부터 나왔었지만, 올 들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을 고조시킨 것은 바로 IRA 상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및 판매분에 대한 세액공제 지급’이란 세부지침, 영문 약자로 AMPC가 공개됐다는 지점입니다.

대신증권은 IRA의 AMPC 덕분에 LG에너지솔루션이 향후 3년간 최소 5조8000억원에 이르는 세액공제 효과를 누릴 것이며,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액공제 규모는 향후 법안의 세부지침 구체화 혹은 미국 내 판매량 증가에 따라 상향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이는 추가 업사이드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평가했죠. AMPC 효과에 따른 미국 내 수익성 개선으로 현지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신규 수주 확대로 연결될 것이란 ‘장밋빛’ 미래도 그렸고요.

아직 현실에서 나타나지 않았을지라도 ‘기대감’은 주가 상승의 가장 훌륭한 자양분이라는 점은 주식 시장의 오래된 통념입니다. 오죽하면 ‘킹반영(왕을 뜻하는 King과 선반영의 합성어)’이란 말이 있을까요.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를 끌어올린 힘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2차전지 조정장세 직격탄…증권가 목표주가 줄하향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7월 말부터 시작된 2차전지 조정장세의 직격탄 역시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탓에 밸류에이션에도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런 가운데 시장의 기대치를 밑돈 실적 둔화는 주가 하락세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지난 7월 27일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35.5% 증가한 460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전 분기(6332억원)과 비교하면 27.3% 하락한 수치였고요, 증권사들이 제시했던 실적 컨센서스(6573억원)와 비교해서는 29.9%나 밑돌았습니다. IRA의 AMPC에 따른 예상 세액 공제 금액(1109억원)이 반영됐음에도 나온 실망스런 결과에 투심은 급격히 식었고, 곧장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중국의 2차전지 셀, 소재 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LG에너지솔루션 주가엔 큰 리스크 요인입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미국 시장 진입이 완전 차단될 것으로 보였던 중국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2차전지 업종 주가에 부여돼 왔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축소 가능성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증권(74만→66만원), 다올투자증권(80만→70만원), 하이투자증권(77만→75만원), NH투자증권(80만→77만원) 등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눈높이를 앞다퉈 낮춰 잡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現주가, 연저점과 불과 3만원 차이…연고점比 24.18% ↓

당장 앞으로 다가온 3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 역시도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입니다.

연합인포맥스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 집계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6744억원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지역 수요 부진, 테슬라의 라인 업그레이드, 예상보다 더딘 (GM과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의 램프업(생산량 확대) 등의 영향으로 출하량 증가 폭이 더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리튬 등 원재료 가격 급락 역시 악재로 작용한다는 것이죠.

이 사이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지난 6일 종가 기준 46만4000원까지 내려섰습니다. 연저점과 격차는 3만500원에 불과한 수준이죠. 연고점 대비 24.18%나 주가가 떨어진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 올해 LG에너지솔루션 주가를 매수한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 대부분이 손실 구간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헤럴드경제가 대신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이보스5’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주식 거래를 15개 주가 구간으로 구분해 분석했는데요. 6일 종가가 포함된 구간(45만7300~46만9200원) 이상에서 매물이 형성된 비율은 전체의 94.49%에 달했습니다.

日 도요타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장기성장”

최근 주가 하락세에 냉가슴만 앓고 있던 투자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소식은 바로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 일본 도요타에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한다는 겁니다. 2025년부터 연 20GWh씩 10년 동안 공급함으로써 30조원 이상의 매출 증대가 기대되는 이번 계약은 합작공장(JV)을 제외한 단일 수주 계약 중 역대 최대 규모이기도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폭스바겐, 현대차·기아, 르노·닛산·미쓰비시, 제너럴모터스(GM)에 더해 이번 계약으로 글로벌 ‘톱(TOP) 5’ 완성차 회사 모두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습니다. 세계 10위까지 넓히면 9곳을 고객사로 확보했고요.

최근 금양 홍보이사 재직 당시 투자일임사 운용역을 동시에 맡은 것으로 알려져 이해 상충 논란이 불거졌던 ‘밧데리 아저씨(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전 이사는 지난 달 열린 한 2차전지 투자 설명회에서 에코프로에 이어 투자해야 할 종목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꼽았습니다. 2차전지가 반도체 시장을 넘어서는 시점으로 2025년을 꼽은 박 전 이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해당 시점에 삼성전자의 시총 5~10배 규모의 더 큰 회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큰 숫자에 현실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달리긴 하는데요.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장기적 성장 전망에 대해서만큼은 증권가에선 이견이 없는 듯 합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4분기 유럽 고객사의 수요 회복, 미국 신공장 가동률 및 판매량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도 “전기차 성수기와 맞물려 유럽 주요 고객사 배터리 매입은 3분기 말∼4분기를 기점을 회복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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