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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불편하다던데…” 부족한 인프라가 키운 ‘대세’ [하이브리드 전성시대]
고속도로 휴게소 등 전기차 충전시설 턱없이 부족
전기차 화재 우려 여전…고전압 배터리가 주원인
친환경차 수요 하이브리드 쏠림현상 갈수록 뚜렷
현대차 ‘그랜저’(왼쪽), 신형 ‘싼타페’.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전동화 전환에 나서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 가격에 부족한 충전 인프라,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국내 신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는 모두 17만6454대가 팔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6% 늘어난 수치다. 반면 전기차는 같은 기간 9만3080대가 팔리며 10%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업체별 판매량에서도 하이브리드차 강세는 뚜렷하다. 현대자동차·기아의 경우 같은 기간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3.6% 늘어난 15만5359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했다. 전기차는 7만5315대로 전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11.1% 늘었다.

업체별 주요 모델 판매량에서도 대세는 하이브리드차다. 현대차가 발표한 8월 내수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 중인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의 경우 전체 판매량 8820대 가운데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한 비중이 60.4%(5122대)에 달했다.

아울러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싼타페’ 풀체인지 모델은 정식 출시를 앞두고 전체 계약 물량 6만5000대 가운데 무려 76.9% 수준인 5만여 대가 하이브리드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주차장에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 [뉴시스]

업계에서는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쏠림 현상이 지속하는 원인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과 화재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꼽는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급·완속)는 모두 20만5202개다. 지난 2018년(2만7300개) 대비 10배가 늘었지만, 지역별 인프라 격차는 여전히 크다. 특히 급속 충전기는 전국에 단 2만737대가 설치, 충전기 1대당 평균 18.6대의 전기차를 소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부산과 인천이 각각 1대당 34.05대, 31.02대로 적정 대수를 무려 3배 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26.02대)과 대구(24.93대), 대전(24.49대), 경기(20.87대) 등 다수 지역에서도 적정 대수를 2배 이상 넘어섰다.

완속 충전기는 18만4468대가 설치, 전국 평균 전기차는 2.3대로 적정 대수(2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전기차 비중이 가장 높은 제주는 1대당 4.31대, 인천은 3.02대로 여전히 충전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고속도로 충전소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우리나라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45만대에 이르지만, 전국 고속도로 내 전기차 충전소는 1000여개로 집계됐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는 총 206개이고 전기차 충전소는 1015개다. 휴게소 하나당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는 평균 4.9개다. 전기차는 약 50%를 충전할 때 급속은 약 30분, 완속은 약 5~6시간이 필요하다.

구 의원은 "전기차와 수소차 등의 보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 차량을 지원하기 위한 고속도로 충전시설의 설치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소방대원들이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하이브리드차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기차 화재는 모두 34건 발생했다.

전기차 화재는 지난 2020년 12건, 2021년 15건에서 지난해 33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이미 8월까지 발생 건수만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2020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전기차 화재 누적 건수(94) 가운데 과반인 54.3%(51건)가 ‘고전압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배터리 화재 비중이 높지만,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검사가 가능한 검사소는 전국 10곳 가운데 단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지만, 충전 및 정비 인프라 확장 속도는 이보다 더 더딘 상황”이라며 “전동화 과도기 속에서 전기차 사용자들의 이용 편의성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하이브리드차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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