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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임차인의 보증금 두텁게 보호하려면

최근 ‘빌라왕’ 사건이 전국을 강타했다. ‘빌라왕’은 많게는 수백 채 단위의 주택을 소유한, 악질적인 임대인을 일컫는다. ‘빌라왕’ 사건은 대규모의 조직적인 전세 사기였다. 배후 조직들은 명의만 빌려주는 ‘빌라왕’ 뒤에 숨어 공인중개사까지 동원하며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노렸다.

하지만 의도적인 전세 사기가 아니더라도 주택가격이 하락해 보증금보다 낮아지면 임차인은 전세계약이 끝나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작년부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주택 가격이 급락해 이른바 ‘깡통주택’이 속출했다. 이처럼 임차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커짐에 따라 전세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따라서 전세보증금을 사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전세보증금을 보상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하는 제도다.

지난 2013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반환보증을 출시한 후 가입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2018년부터는 가입 시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 그 규모가 급속히 늘어났다.

가입 규모가 늘어나고 주택시장이 불안해짐에 따라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도 급격히 증가했다. 더 많은 보증 이행에 대비하기 위해 국회는 올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한도를 상향하고 상습적인 악성 임대인의 명단을 공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동시에 반환보증 가입에 필요한 요건을 강화하기도 했다. 가입 요건이 변경돼 보증에 가입할 수 없는 주택들은 대부분 저가 주택으로, 연립·다세대주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즉 위험이 커서 반환보증이 더 필요한 계약이 보증에 가입할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전세보증 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보증기관의 변제 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런 가입 요건의 강화는 주거취약계층의 보증금을 보호하지 못하는 방향이다.

따라서 보증금 반환보증을 확대하기 위해서 현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으로 반환보증의 보증료율이 현실화돼야 한다. 현재의 보증료율은 민간 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임대보증금 반환보증의 요율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반환보증의 손실률을 반영해 보증료율을 현실화해야 한다.

또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판단해 보증료율을 차등화해야 한다. 사고의 위험은 임대인의 상환 능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위험 수준에 맞춰 보증료율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반환보증이 전세계약의 필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확대돼야 한다.

전세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차계약으로, 서민의 주거 부담을 경감해 왔다. 하지만 ‘깡통전세’와 전세 사기 등으로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이 잠재적으로 존재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할 수 있는 반환보증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 전세의 담보 역할을 하는 주택의 시세정보도 확대돼야 한다. 반환보증의 개선을 통해 전세가 서민을 위한 안정적인 제도로 운용되기를 희망한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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