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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사 없이, 월매출 6000만원 찍은 ‘이 주방’ [진화하는 푸드테크][푸드360]
조리로봇이 하루 평균 파스타 150그릇 요리
로봇회사 운영, 미래형 파스타집 ‘알엔’ 가보니
서빙·키오스크 넘어 조리로봇…푸드테크의 진화
조리로봇인 에이트키친이 주방에서 파스타를 조리하고 있다. 전새날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전새날 기자] 파스타를 만드는 ‘셰프’가 열심히 움직인다. 움직이기 시작하자 진한 토마토 향이 주방을 채운다. ‘알리오 올리오(4분 30초)’도, ‘베이컨 크림 리조또(7분)’도 거뜬한 이 셰프는 통돌이 모양을 한 조리로봇 ‘에이트 키친’이다. 세척도 알아서 한다. 걸리는 시간은 단 1분, 세제 없이 고온·고압 세척이 끝나면 다음 메뉴를 곧바로 조리한다. 조리 후 그릇 받침대에 음식을 부을 때가 되면 ‘사람’ 직원이 등장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양식 전문점 알엔에서 로봇팔이 주문 받은 치킨을 튀기고 있다. 전새날 기자
주방 요리사는 ‘로봇’…월 매출 6000만원 자율조리매장 가 보니

12일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양식 전문점 ‘알엔’은 마치 다가올 미래를 먼저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우선 사람보다 로봇이 더 분주했다. 이곳에서는 주방 직원의 역할이 ‘조리’가 아닌 ‘관제(管制)’에 더 가깝다. 직원들은 각각 파스타 로봇, 치킨 로봇을 관리하고 포스·카페를 책임지는 인력, 총 3명으로 로봇 수의 절반이다.

파스타·리조또를 만드는 통돌이 모양 ‘에이트 키친’ 5대, 치킨을 담당하는 로봇 팔 1대가 있는 이 매장은 하루 평균 150그릇의 파스타·리조또, 80마리의 치킨을 내놓는다. 에이트 키친은 메뉴별 통이 돌아가는 회전 수와 재료에 닿는 열들을 조절해 고기와 야채가 동시에 조리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메뉴의 가격대는 1만원 초중반대를 형성한다. 실제 기자가 맛본 음식들은 겉으로 봤을 때와 맛 모두 로봇이 만들었는지 알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양식 레스토랑 알엔에서 소비자들이 식사하고 있다.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조리로봇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새날 기자
조리로봇들이 만든 치킨, 파스타 등 메뉴들의 모습. 전새날 기자

80%가 배달로 운영되는 12~13평 규모인 알엔은 올해 4월 오픈한 곳으로 지난달 기준 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인건비 비중은 10% 초반대이다. 알엔을 운영하는 크레오코리아 관계자는 “외식업계 평균 인건비 비중이 25~30%보다도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알엔은 조리로봇을 생산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크레오코리아가 연 두번째 매장이다. 일반적으로 로봇제조사가 생산과 납품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이 업체는 매장까지 열었다. 첫 매장은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파일론 성수’라는 배달 전문점이다.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이날 본지와 만난 최현우 크레오코리아 디렉터는 “처음에 저희가 이런 로봇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진짜 장사를 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믿어주는 분들이 없었다”면서 “개발단계에서 밤새 테스트하면서 ‘된다’는 확신이 들어 열게 됐고 지난해부터 업계에서도 관심을 주시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알엔 주방 내 배치된 조리로봇 에이트키친의 모습. 총 5대의 에이트키친는 하루 평균 150그릇의 파스타를 생산할 수 있다. 전새날 기자
블라인드테스트 수개월…“로봇 1대=사람 2.5명 역할”

이들은 가게를 직접 내기 전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치며 조리의 완성도를 높였다. 2개월 정도 레스토랑을 빌려 셰프의 감독하에 효율성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다. 크레오코리아에 따르면 해당 조리로봇의 효율은 1대 당 조리인력 2.5명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인건비 대신하는 로봇 비용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크레오코리아는 보고 있다.

배달 100%인 1호점의 경우 직원 1명이 일하는 실평수 6평 정도 공간에서 시간당 파스타 30그릇을 생산하고 있다. 크레오코리아는 연내 순대볶음, 떡볶이, 덮밥, 닭볶음탕 등 한식 배달 전문 3번째 매장과, 셰프와 조리로봇이 함께 일하는 파인다이닝 형태의 4번째 매장을 구상하고 있다.

조리로봇을 제작한 후 외식 매장까지 운영하는 크레오코리아의 박성철 디렉터(왼쪽)와 최현우 디렉터(오른쪽)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새날 기자

이들이 서빙로봇, 키오스크에서 더 나아가 주방 조리로봇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외식 창업의 문턱을 낮추면서 외식업계 구인난을 해결할 대안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외식업체 5곳 중 3곳은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3년 1분기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직원을 고용 중인 업체 1907곳 중 60.8%는 ‘직원 채용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사태 전 41.63%보다 더욱 심화됐다.

박성철 크레오코리아 디렉터는 “지금의 매장들은 배달, 경영, 조리까지 신경 써야 해 사장이 바빴는데도 망할 수 있는 구조”라며 “라면밖에 못 끓이는 사람도 창업을 하고 조리 노동의 전반적인 강도를 낮추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메뉴 중 배달·양식 선택한 이유는…?

크레오코리아는 인건비 대비 효율을 고려해 양식을 매장의 첫 메뉴로 선택했다. 최 디렉터는 “원재료는 2000~3000원대이지만 1만5000원 내외로 팔리는 메뉴가 파스타였다”면서 “불 앞에서 셰프들이 8분 이상 조리하기엔 공간이나 시간이 제한적이어서 로봇이 이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조리로봇이 만든 음식을 자동 포장해 배달로봇이 배송까지 하는 단계까지 바라보고 있다. 최 디렉터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오피스텔 건물 내 식당에서 마치 룸서비스처럼 주문·조리·포장·배달까지 연결 짓는 미래형 주방까지 기술을 개발하는 게 저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hope@heraldcorp.com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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