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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백억 대박 안기던 로또가 어쩌다…예약금 20억 깎아도 안팔렸다 [부동산360]
대금 연체액 1.2조…흔들리는 공공택지
영종하늘도시 A53, 기준 낮춰도 주인 못찾아
지난달 대금 연체 사업장 44곳 중 30곳 수도권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건설사들의 벌떼 입찰이 벌어지기도 했던 공공택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가 나날이 커지는 양상이다. 1조2000억원을 넘어선 연체액 규모와 더불어 공사비 급등, 미분양, 사업성 악화 등으로 분양 받은 공동주택용지를 반납하거나, 매각용 필지 분양 공고가 나와도 유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향후 주택 공급난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에선 내주 초 발표될 주택공급대책에 ‘공동주택용지 전매 허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LH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금액은 1조2097억원(총 44개 사업장)이다. 올해 6월(1조1336억원)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연체금액 1조원을 넘어선 후 두 달 만에 761억원 더 늘었다. 지난해 8월 연체금액이 137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약 9배 가까이 액수가 증가한 것이다.

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는 공동주택 및 상가 등 건축물을 짓기 위해 조성되는 땅으로, 민간택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부동산 개발업계에선 확보만 하면 수백억대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로또’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한때 경쟁률이 200~300대 1까지 가고,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특정 업체가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는 ‘벌떼 입찰’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한 자금 경색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급등, 미분양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면서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토지를 확보해도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3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고양장항 B-1블록은 공급금액 약 3478억원으로, 중도금 522억원이 연체됐고, 연체이자는 11억원이다. 이 외에도 파주운정3 주복1(955억원 연체), 화성동탄2 C-27(343억원 연체), 인천청라 M5(639억원 연체), 인천영종 RC3-2(244억 연체) 등 수도권 공동주택용지 연체 사업장은 전체 44곳 중 30곳에 달한다.

올해 대금을 감당 못 해 공동주택용지 계약을 해지한 사업장도 3곳이다. 각 사업장 공급액 규모를 합치면 약 3180억원에 이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

토지를 확보해도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현장이 많은 만큼 신규 공급되는 공동주택용지 미매각도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데다 자금을 확보한다고 해도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으로 수익성이 이전 대비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LH의 공동주택용지 공급가마저 올라 높은 땅값도 미매각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인천 검단 공동주택용지의 경우 지난 2020년 3.3㎡당 427만원에 공급됐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3.3㎡당 654만원으로 50%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미매각 일례로, 지난해부터 공급 공고를 냈던 인천 영종하늘도시 공동주택용지 A53블록(공급가격 588억4695만4000원)은 기존 매각 기준이었던 3년 유이자 분할납부를 5년 무이자 분할납부로, 신청 예약금을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춰 이달 공고를 냈지만 1순위, 2순위 모두 입찰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이렇듯 공동주택용지 대금 연체율 및 미매각 증가 등으로 공공택지 개발이 지연되면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전매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계열사 간 택지 전매, 벌떼 입찰 등이 문제가 되자, 지난 2020년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건설업체가 분양받은 공동주택용지는 부도 등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택지 전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자금 여력이 있는 건설사가 택지를 양도받아 사업을 진행해 주택 공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공동주택용지 전매 규제와 관련해 제한적 허용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일 “인허가 착공도 진행 안 되면서 좋은 토지를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건설업체에) ‘팔아서 넘겨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토지만 확보하면 몇백억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떼입찰, 내부 담합 형태로 공공택지를 받았던 건설사가 수십조원의 외형 성장을 이루는 등 업계의 왜곡 현상이 심했다”며 계열사간 전매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별개로, LH는 원활한 공동주택용지 매각을 위해 여러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납할인율을 5%에서 5.5%로 한시적으로 인상하고, 금융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대출추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매수자가 조기에 건축허가를 받아 원활한 PF대출 실행이 가능하도록 인허가사용승낙서 발급요건을 기존 ‘토지대금 20% 이상’ 납부에서 ‘1차 중도금 20% 이상 납부’로 완화해 시행 중이다. 납부기한도 인허가사용승낙서로 건축허가를 받은 날부터 2개월 이내에서 6~12개월 이내로 늘렸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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