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회장 취임 전 복무기강 잡기

KB금융이 신임 회장 취임 전부터 조직 기강 잡기에 나섰다. 9년만의 수장 교체에 계열사 대표들 임기 만료까지 앞둔 상황에서 난무할 수 있는 각종 청탁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번주 전 계열사에 조직 복무기강 강화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 지주 차원에서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분위기를 잡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공문에는 인사 청탁을 일체 금지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파악됐다. 연말 인사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학연, 지연, 혈연 등을 동원해 부서 이동이나 승진, 채용 등에서 특정인 혹은 특정 라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달라는 청탁이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해당 공문에서 노골적인 청탁 뿐 아니라 간접적인 요청, 인사와 관련된 각종 유언비어 등이 퍼지지 않도록 각별히 당부했다. 만일 불미스러운 일이 발각될 경우 강도 높은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도 함께 담겼다. 전반적으로 강한 어조로 이같은 의견이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지주가 직접 공문 발송에 나선건 최근 수장 교체를 앞두고 각종 인사 관련된 소문을 잠재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체제 9년만에 회장이 바뀌는 만큼 이미 지주 내부에서는 각종 인사 관련된 설(說)이 쏟아지고 있다. 양종희(사진) 회장 내정자의 이력, 고향 등을 고려해 벌써부터 일부 인사들이 승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주 내에서는 윤종규 회장, 양종희 회장 내정자와 같은 재무 라인에서 일을 해온 사람들이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계열사 대표이사들 임기 만료도 다가오면서 각종 인사 시나리오는 더욱 난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던 탓에 이번 계열사후보추천위원회(계추위)에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KB금융 계열사 대표는 통상 ‘2+1’년이 관행이었지만, 양종희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쇄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 또한 나온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계추위를 통해 계열사 대표이사 8명 중 7명을 유임한 바 있다. 당시 3연임 체제 마지막 해를 앞둔 만큼 변화를 최소화하고, 임기 마지막해까지 뜻한 바를 완성시키겠다는 윤 회장의 뜻이 담긴 인사였다.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에 대해 “지배구조 모범사례가 돼달라”고 주문해온 만큼 마지막까지 분란 없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도 드러난다.

KB금융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인사 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각종 의혹이 난무하기 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최근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윤종규 회장이 KB금융의 중장기 계획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만큼 각종 소문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