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진맛집 괌 솔레다드요새, 우마탁 인간창조 신화[함영훈의 멋·맛·쉼]
괌 클릭, 미국의 시작, 남태평양 수도②

[헤럴드경제(괌)=함영훈 기자] 인류의 기원에 대해 북아프리카 ‘루시’라는 학설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남서태평양의 중심지 괌의 차모로인들은 인간이 이 섬 남서부에 있는 우마탁 마을에서 만들어졌다는 신화를 갖고 있다.

차모로 축제
인간 창조가 이뤄졌다는 신화 속 이야기의 무대 우마탁마을은 솔레다드 요새에서 한눈에 조망할수 있다.

그래서, 연원은 확인할 수는 없으나, 배산임수의 풍수를 가진 이 마을 바다와 뒷산 볼라노스(368m) 사이에서, 인간 창조와 관련한 축제를 오래도록 열었다고 한다.

▶마리아나 제도 교구 본산, 산디오니시오 교회= 바다가 내륙으로 쑥 들어와 작은 만(灣)을 형성한 이 마을의 랜드마크는 북쪽 해안의 흰색 건물, 괌 최초 가톨릭 성당인 산디오니시오 교회(San Dionisio Church)와 남쪽 언덕의 솔레다드 요새(Fort Nuestra Senora de la Soledad)이다. 두 곳 모두 스페인이 만든 것이다.

솔레다드 요새에 오르면 서쪽 바다로 입을 벌린 U자형 마을과 예쁘고 소박하게 지어진 이 성당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우마탁 마을 산디오니시오 교회
우마탁 스페인다리(탈라이팍 다리)

차모로 신화에 인류 탄생지로 묘사된 이곳에, 16세기 들어 불청객 마젤란 무장탐사대가 상륙했다. 정확히는 볼라노스산에서 내려온 물이 바다와 만나는, 남부의 거점마을 우마탁의 스페인다리(탈라이팍 다리) 쪽이다.

마젤란은 정복자 행세하며 괌을 찜해둔 뒤, 항해를 이어가다 필리핀 세부에도 무단 침입, 저항하던 원주민에게 총을 쏘며 전투를 벌이다, 전통 나무칼로 무장한 라푸라푸장군 부대에 의해 죽었다.

주지하다시피 대항해시대 선단은 군사-탐사-포교-무역 등 기능을 모두 갖췄는데, 당연히 최대 목적은 정벌이었다. 활용을 위한 탐험-문명 동화의 무기로서의 종교 개종-착취적 거래는 정벌 후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훗날 침략과 학살에 대한 비난을 둔화시키려, 때론 “무역”, 때론 “탐험연구”, 때론 “포교”라는 이유를 둘러대는 것이다.

요새의 망루

▶스페인 상륙했던 곳= 우마탁은 마젤란이 상륙했던 곳이기에 스페인 후속 부대가 이곳을 통해 진입했으며, 마젤란이 온지 44년이 지난 1565년 미구엘 레가스피가 스페인땅이라고 선언했고, 1600년대초 괌,사이판,티니안,로타섬은 스페인 펠리페4세의 왕비 이름을 딴 마리아나제도라는 명칭으로 공식 식민지가 된다.

이때 우마탁이 가톨릭의 마리아나제도 교구가 된다. 바로 그 흰색 성당이 교구 본당이다. 인간 창조를 기념하는 우마탁의 오랜 축제는 스페인이 지배하는 300년간 마젤란 상륙축제로 바뀌어 열린다. 그러다가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스페인이 패해 물러나자, 원주민들은 곧바로 차모로문화축제로 복원시켰다. 자부심과 자존감이 강한 민족인 것이다.

차모로 전통음식 체험

▶차모로의 자존감, 이방인 퇴출후 전통문화 즉시 복원= 우마탁 만 해안선을 따라 동그랗게 착상한, 아름다운 이 마을은 스페인-미국 점령기 서양인들의 발음 대로 ‘후마타크’로 표기했으나, 2021년 8월 원주민의 명칭 ‘우마탁’으로 공식 환원된다. 차모로어로 ‘3월’ 뜻하는 단어이자, ‘고기를 잡다’는 의미도 갖고있는 ‘Umatalaf’에서 우마탁 마을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우마탁 북쪽 괌의 수도도 스페인 사람들이 하갓으로 했지만, 주민들이 아갓에 다운타운을 의미하는 냐를 붙여 아갓냐로 환원됐다.

우마탁 마을 남쪽 언덕 솔레다드요새는 1800년대 스페인이 지었다. 자신들이 이곳으로 침략했듯이 또 다른 외세가 이곳으로 들어올지 모르기에 언덕 정상에 대포를 설치하고 망루 까지 만들었다.

“빵야~!” 솔레다드 요새의 대포는 여행자들이 사진놀이하는 소품이 되었다.

이제 이곳엔 여행자의 휴식을 위한 빨간 벤치가 곳곳에 설치돼, 여전히 남아있는 대포, 망루와 함께 인생샷을 득템하는 훌륭한 소품이 되고 있다.

1941년 일본이 진주만 기습때 괌에도 침략해 점령했고, 한동안 솔레다드를 차지하던 일본군은 1944년 7월 미군에 혼쭐이 나 도망갔다.

일본 패망 직후 일본군의 한 잔당은 그간 자신들이 저지른 탄압과 학살 때문에 들켰다가는 개죽음을 당할 것 같아, 우마탁 동북쪽 탈로포포 강변 동굴에서 은거하다, 30년뒤 일본인 말소리가 들려 나갔다가 관광객임을 알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렸다고 한다. 그들에게 피해를 당한 괌 주민에겐 철천지 원수(怨讐)였겠지만, 일본으로 돌아간 이 잔당은 영웅(英雄)이 된다.

우마탁 빌리지 사인 보드 포토존

▶다문화 멜팅 괌, 모두가 솔레다드를 즐기다= 이에 비해 이곳에 강제징용됐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으나 귀국하지 못했던 한인들은 차모로족의 사위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손자,손녀는 티니안섬 아이들처럼, K-팝 팬이 되고...

미국은 괌을 비롯한 태평양의 평화를 위해 우마탁 남서쪽 코코섬을 중심으로 대형 잠수함 수십척 등 강력한 부대를 배치했다. 코코섬은 태평양함대 최대의 정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괌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인 ‘카레라’는 차모로인들의 강인함을 보여주면서, 미국, 한국, 스페인, 일본 등 마리아나제도를 거쳐간 모든 이들을 이제 포용하고 미래를 향해 전진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차모로족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다문화 공생으로 미래를 기약하는 내용의 카레라 공연

그리고 한국, 일본, 미국, 유럽 여행자들은 괌에서 훌륭하게 다문화 공동체를 일구고 있는 자신들의 혈족들과 차모로 원주민들에 강한 우정을 느끼면서, 솔레다드 언덕의 수려한 풍광과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우마탁에서 3㎞ 가량 더 남쪽으로 가면 메리조 해안 공원(Merizo Pier)을 만난다.

괌의 가장 남쪽에 있는 마을인 메리조는 메리조 부두 공원, 산타 마리안 카마렌 공원, 메리조 종탑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다. 여느 해안공원에 비해 호젓하다. 주말이면 해안가 주변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현지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제 꽃길만 걷자” 솔레다드 요새의 한 여행객의 설정샷.

메리조는 휴양지이자 미국 태평양함대 정비소를 가진 코코 아일랜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낮과 해질녘 풍경이 괌의 여느 해변과 차별성을 지닌다.

■‘하파데이(HAFA ADAI)’ 괌 자연·휴양·레저·인문·역사·미식 기행, ‘괌 클릭, 미국의 시작, 남태평양 수도’ 시리즈, 글 싣는 순서 ▶2023년 9월18일자 ①4시간 만에 만나는 미국, 괌에서 차모로와 춤을.. ▶9월21일자 ②사진맛집 괌 솔레다드 요새와 우마탁의 인간창조 신화 ③지구는 둥글다고 일러주는 세티, 괌 5000년 유적 ▶9월28일자 ④괌-티니안 한국 후손들, “올 추석도 행복하길..” ▶10월5일자 ⑤괌 문화예술에 깃든 자존감,포용력 & 잘~놀기 ⑥검은 머리 한데 묶고 영원한 사랑을..괌 로맨스 ▶10월12일자 ⑦“손님 원하는대로” 한국인 천국, 괌 음식·쇼핑·클럽 ⑧가장 괌 답다. 이나라한 곰바우..퍼스트비치도 ▶10월19일자 ⑨돌핀크루즈,별밤,등산,민속..괌 컬러풀 액티비티 ⑩괌내 한국계, 필리핀계 이어 2위, 괌-한국 진한 우정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