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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켜지지 않는 온열질환 법 규정...코스트코·쿠팡 국감장 소환되나
온열질환 산재 8월 말 13건 신청에 11건 승인...2건은 사망사고
올해 온열질환자 2680명, 5년 새 최고...이상기후 탓 '폭염' 우려↑
산안법 '적절한 휴식'·고용부 가이드라인 '권고'는 유명무실
이수진 의원 "쿠팡, 코스트코 기업 증인 소환 예상...산업법 고쳐야"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코스트코와 쿠팡이 다음달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호한 산업안전보건법과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이유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온열질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선 ‘적절한 휴식’ 등 모호한 산업안전보건법과 ‘권고’에 그치고 있는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20일 국회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온열질환 산재발생 현황’에 따르면 매년 온열질환 산재 신청건수와 승인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온열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14건 중 13건이 승인된 이후, 2021년 23건 신청에 19건 승인, 2022년 28건 신청에 23건 승인 등으로 늘었다. 2023년에는 8월 말 기준 13건이 신청됐고 이 중 11건이 승인됐다. 특히 이 가운데 2건은 사망사고였다.

올해는 예년보다 적지만 온열질환 산재신청 승인률은 작년 82.14%에서 올해 8월말 84.62%로 소폭 증가했다. 게다가 온열질환 산재 신청이 통상적으로 9~12월 집중 발생하고 기록적인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2680명으로 늘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 2019년 이후 최근 5년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모두 13명이다. 이 중에는 지난 6월 19일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카트 주차관리 업무를 수행하던 20대 청년 김동호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 씨의 최종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다. 그의 스마트폰 앱엔 사망 당일까지 사흘간 하루 평균 3만6000보(22㎞)를 걸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당시 경기 하남시엔 체감온도가 이틀 연속 35도가 넘어 폭염경보가 내려진 바 있다.

8월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 앞에서 열린 '코스트코 사망 근로자 산재 신청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와 유족이 구조를 외치고 있다. [연합]

올 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24.7도로 평년(23.7도) 대비 1도 높았다. 가장 더운 여름 4위였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올해 같은 폭염이 반복될 수 있는데도, 근로자 ‘안전’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안법은 규칙 제566조(휴식 등)는 근로자가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의 우려가 있다면 적절히 휴식 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업주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법에서 언급한 ‘적절한 휴식’의 구체적 기준은 없다. 결국 ‘안 지켜도 그만’인 셈이다.

고용부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도 강제성이 없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시간당 10분, 35도 이상이면 15분씩 쉬도록 하라고 ‘권고’할 뿐이다. 이러다보니 폭염을 이유로 쉴 수 있는 근로자가 많지 않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설문에 따르면 토목건축 근로자 3206명 중 81.7%가 “폭염에도 별도 중단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들은 체감온도 33도, 35도가 넘어도 고용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휴게시간이 없다며 지난달 1일 파업을 하기도 했다. 다만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 따르면 물류창고에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낡은’ 법을 개정하는 대신 ‘가이드라인’ 준수만 고집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오는 10월 국회 환노위 국감에 온열질환 사고와 관련된 쿠팡, 코스트코 등을 기업 증인으로 소환하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 산안법과 고용부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는 않는다는 점과 그 이유를 따져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진 의원은 “오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법안 소위에서 재검토될 예정인 폭염·한파 대비 산안법 개정안을 이번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며, 기후위기에 따른 이상기후로부터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에 정부 여당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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