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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4번 연락 스토커, 석방 두려워” 피해자에 경호 지원한 정진재 경장[붙잡을 결심]
불안에 떠는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 위해
가해자 석방 전 피해자 곁에 민간 경호 붙여
송파경찰서 최초로 경호 서비스 지원해
“피해자 안정 찾고 회복하는 데 큰 도움 줘”
정진재 경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사진촬영에 임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박지영 기자] “스토킹 피해자에게 민간 경호 서비스를 지원하는 건 저희 경찰서에서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 걱정이 됐는데 피해자가 도움 제대로 받았다고 하니 뿌듯했죠.”

18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정진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심사관실 경장은 지난달 스토킹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민간 경호 서비스 지원에 나선 것을 돌이켜보며 이같이 말했다.

‘64차례 연락’ 스토킹에 경찰, 피해자 ‘민간 경호 서비스 대상자 1호’로 추진

정 경장이 송파경찰서 처음으로 민간 경호 서비스를 지원한 40대 여성 A씨는 과거 연인 관계였던 50대 남성 B씨로부터 만나달라는 문자와 전화를 64차례 넘게 받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을 당해왔다. B씨가 보낸 문자에는 ‘만나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극단적인 내용도 담겨 A씨를 괴롭게 했다.

A씨는 안전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지난 6월 19일 스토킹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수사 경찰은 ‘잠정조치 2호(100m 이내 접근 금지)’와 ‘잠정조치 3호(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처분을 내렸다. 잠정조치는 범죄 예방을 위해 수사·사법기관이 가해자에게 취하는 피해자 접근 금지 등의 조치를 뜻한다. 하지만 B씨는 두 처분 모두 위반하고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이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 ‘잠정조치 4호(유치장 또는 구치소 구금)’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한 이유다.

정진재(왼쪽부터) 경장과 손승일 경감, 황지현 경위가 18일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임세준 기자

문제는 잠정조치 4호가 종료된 이후였다. B씨가 잠정조치 4호 기간 만료로 석방되면 A씨는 또다시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B씨는 A씨와 같은 동네에 살 뿐 아니라 A씨의 집 주소를 알고 있었다. 이는 손 경감과 정 경장을 비롯해 같은 통합수사지원팀 소속 황지현 경위 등이 A씨에게 민간 경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본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손 경감은 “B씨의 잠정조치 4호 처분이 끝나갈 무렵은 송파경찰서에 민간 경호 서비스가 시범적으로 도입되는 시기였다”며 “A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외출을 기피할 정도로 일상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곤 해 서비스 지원 대상 1호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일 10시간씩 14일 경호 받은 스토킹 피해자, 불안 걷히고 밝아져

통합수사지원팀 3인방의 요청으로 A씨는 B씨가 석방되는 당일 오전부터 민간 경호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A씨는 1일 10시간씩 14일 동안 2인 1조로 구성된 민간 경호원의 보호를 받았다. 민간 경호원은 A씨의 집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주변 환경을 살피거나 A씨가 외출할 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동행했다.

황 경위는 “피해자가 서비스를 받으면서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어 이전보다 안정감을 느끼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하곤 했다”며 “서비스 받기 전 A씨는 늘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는데 최근엔 얼굴이 많이 밝아진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손승일 경감과 황지현 경위, 정진재 경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정 경장은 A씨가 ‘서비스 1호 대상자’다 보니 지원 초반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정 경장은 “아직 송파경찰서 차원에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서비스를 우리 팀이 시작했던 터라 처음엔 해당 서비스가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정 경장이 서비스를 신뢰하기 시작한 건 민간 경호원이 A씨의 거주지에 침입하려던 B씨를 두 번 씩이나 잡아냈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B씨는 석방 이후 자신의 차를 끌고 A씨 집 근처를 찾아왔다. 또 지하주차장 계단을 통해 A씨 집에 접근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호원이 두 번 모두 B씨를 추적해 저지한 덕분에 A씨는 위험적인 순간을 모면할 수 있었다.

정 경장은 “가해자 B씨가 A씨를 찾을 때마다 경호원에게 발각돼자 주변인들에게 ‘이 정도로 A씨에게 보호 조치가 철저하게 이뤄지는 줄 몰랐다’ ‘나도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민간 경호 서비스 지원을 통해 언제 어디서 가해자를 만날지 몰라 두려움에 떠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민간 경호 서비스가 끝난 후에도 A씨는 B씨의 스토킹에서 벗어나 안전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통합수사지원팀의 설명이다. 정 경장은 “앞으로도 스토킹 등 범죄에서 피해자의 어려움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피해자 지원과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an@heraldcorp.com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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