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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선 ‘킹메이커’된 전미자동차노조...바이든도 트럼프도 구애[디브리핑]
트럼프, 공화당 경선 토론 대신 노조원과 만남 추진
바이든 행정부 중재 노력에도 UAW “행동 보여야 지지”
단순 임금 요구 넘어 전기차 전환 폐기 등 요구
“양당 모두 노조의 변화된 목표 제대로 파악 못해”
전미자동차노조 노조원들이 지난 15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파업 시위에 나서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디트로이트 자동차 3사와 임금 협상이 결렬되자 공동파업에 나선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내년 미국 대선 정국의 키를 쥔 핵심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평소 노조 친화 정책을 내세운 조 바이든 대통령 뿐 아니라 보수 색채의 공화당 후보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까지 노조에 구애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7일 공화당 경선 후보 간 예비 토론을 건너뛰고 전현직 노조원을 대상으로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500명 이상의 노조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현재 파업 중인 자동차 노조원도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업 중인 UAW의 피켓팅 현장에도 참여할지 고려하고 있으나 경호 문제로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 토론을 건너 뛰면서까지 노조원들을 만나려는 것은 자동차 노조원들이 보여준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포함된 미시간 주는 지난 2016년 자동차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거 표를 모아주면서 그의 당선을 이끈 지역이다.

그러나 4년 뒤 UAW의 공식 지지를 얻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시건 주에서 17%의 표차로 이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자동차 노조원들이 두 차례의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UAW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그가 숀 페인 UAW 회장에 대해 “노조원들의 권리를 강물에 팔아 먹었다”며 “노조를 대표하는 데 좋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기 때문이다. UAW 지도부가 전기차 전환 정책을 적극 추진한 바이든 행정부와 손잡은 것이 결과적으로 중국산 전기차 수입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었다.

이에 대해 숀 페인 회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 노조의 모든 역량을 다해 트럼프와 같은 억만장자 계급을 풍요롭게 하는 경제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월급쟁이로 악전고투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를 선출하고도 그가 노동자 계급의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개정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멕시코로 빠져나갔다는 게 UAW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노조원 임금이 비노조원보다 평균 10~15% 많다며 노조 영향력 확대를 강조하는 등 노동 세력에 연대의 손짓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최대 규모 노조인 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공식 지지를 얻어냈다. AFL-CIO는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유치, 연금 보호 등 경제 재건을 위해 그처럼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UAW의 경우 AFL-CIO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줄리 수 노동부 장관 대행과 진 스펄링 백악과 선임 보좌관을 디트로이트에 보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와 노조 간 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에 대해 페인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떤 정치인이든 UAW의 지지를 얻을 수 있으며 우리는 말이 아닌 행동을 원한다”며 백악관과 거리를 뒀다. 2020년과 달리 친노조 공약을 내세웠다고 해서 바이든 대통령을 자동적으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다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미래 전기차가 미국에서 생산되는 만큼 양질의 노조 일자리가 보호될 것”이라며 노조 측을 달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대선 후보들도 UAW의 마음을 얻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UAW의 파업을 지지하며 노조가 전기차를 장려하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대해 정당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내세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서도 “납세자의 돈을 사용해 자동차 산업을 전기차 시대로 끌고가고 있다”면서 “노조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쳐온 공화당 대선 후보를 자처한 정치인의 입에서는 쉽게 나오기 힘든 발언이다.

현재로선 어느 대선 후보도 쉽게 UAW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금까지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UAW 파업의 목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리크 마스터스 웨인주립대학교 교수는 “UAW의 현 지도부는 미국 노조들의 오랜 전통인 ‘기업노조주의’ 철학을 버렸다”고 지적했다 . 기업 노조주의는 노조가 기업과 공생관계를 맺고 임금 인상 등 노조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말한다.

기업 노조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노조와 기업 간 협상 의제가 임금 인상 등 어느정도 타협 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으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노조원들은 전기차 전환 정책 폐기 등 정치적 요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UAW는 이번 임금 협상에서 단순 임금 인상에 더해 2008년 경제 침체기 포기한 복지 혜택 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퇴직자 건강관리 ▷전통적 연금 시스템 복원 ▷생활비 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마스터스 교수는 “노조와 자동차 3사가 임금 협상에선 합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노조가 다른 모든 혜택을 되찾길 원한다면 파업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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