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 [EPA]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 7월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이 임명 7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쫓겨난 이유가 불륜 때문이라고 19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국의 조사 결과 친강 전 부장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주미 중국대사를 지내는 내내 외도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고위 관료는 공식적인 친강 전 부장 해임 이유가 ‘생활 방식 문제’ 때문이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알려졌다고 WSJ에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심지어 친강 전 부장이 미국에서 아이를 낳은 사실이 들통났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미국에서 태어난 친강 전 부장의 아이가 잠재적으로 중국의 대미 외교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당국이 판단하면서 친강 전 부장은 몰락했다고 전했다.

다만 친강 전 부장의 외도 상대가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중국 당국은 친강 전 부장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의 외도가 중국 안보에 악영향을 줬는지도 수사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친강 전 부장은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러시아 외교차관 등과 회담을 한 뒤 한 달 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다양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7월 2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표결을 통해 친강 전 부장을 면직했으며 전임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역할을 이어가도록 했다.

이로써 친강 전 부장은 취임 7개월만에 면직돼 1949년 신중국 건립 이후 최단명 외교수장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편 친강 전 외교부장의 몰락에 이어 리상푸 국방장관도 최근 20일 가까이 행적이 묘연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임명돼 임기가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중국 안팎에선 그가 부패 문제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사실상 해임된 것이나 마찬가지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리상푸 국방장관까지 쫓겨날 경우 시진핑 3기 내각은 공식 출범 6개월만에 최고위직 인사 2명이 잇따라 낙마하게 된다.

WSJ은 친강 전 부장과 리상푸 국방부장 모두 시 주석이 임명한 인사들로, 이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돌연 사라지면서 중국식 통치를 유지하려는 시 주석의 노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친강 전 부장은 미국 관련 외교 경험이 크게 부족한데도 주미 중국대사로 발탁됐으며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중국 외교수장이 됐다. 이 같은 초고속 승진은 경험을 중시하는 중국 정치체제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시 주석이 총애한 인물이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담당자는 WSJ에 “시 주석이 진정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두 인물 모두 시 주석이 발탁한 인사라는 점에서 부패와 연루돼 물러난 기존 다른 고위 인사들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