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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연착륙 조치가 가계 대출 키웠다
네차례 대책에 집값상승 기대↑
고정금리 정책 영향 주담대 확대
전문가 “50년 주담대 막아도 늘어”
한은 “주택 가격 상승 기대 꺾어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지 않도록 꺾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금융위원회에서 나온 부분(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규제)은 주택시장 상승 기대 중 (자금) 공급 측면에서 그 기대를 꺾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지난주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선 것이 가계대출 급등 방지 효과가 있는냐’는 질문에 대한 한은의 답이다. 한은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와 관련해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 억제’를 언급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제 지난 3월부터 부동산 가격이 저점을 지나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늘어나자,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당국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으로 내놓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를 더 부추기는 것으로 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50년 만기 주담대 규제에 나선 것은 정책금융 공급에 더해 주택 가격 상승,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해져 긴축 시기에 나타나야 할 부채 상환(디레버리징) 효과가 거의 없었고, 오히려 가계부채가 늘어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 기대가 커진 만큼 당국이 대출 규제 등 수단을 제한해도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 조치 네 번에 가계대출 ‘들썩’=19일 한은에 따르면 그동안 당국 차원에서 추진한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한 상품 출시 이후 시차를 두고 대출 증가폭이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8월 예금은행의 주담대(전세자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 포함)의 전달 대비 증가폭은 5조8000억원이었다. 이후 대출 금리가 뛰면서 2022년 2월까지 이 폭은 1조7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때부터 부동산 시장은 급격한 주택 가격 하락으로 역전세 현상이 나타나는 등 경착륙 우려가 제기됐고, 당국은 지난해 7월 말 역전세 반환 대출 규제를 완화해 집주인들에게 전세금 반환 용도에 한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두 달 뒤인 9월엔 ‘안심 전환 대출’을 출시해 변동금리 주담대를 3%대 장기 고정금리로 유도했다.

그러자 그로부터 3개월 뒤 의도치않게 다시 대출이 늘었다. 지난해 12월 주담대가 3조1000억원이 불면서 전체 가계대출도 3000억원 증가세를 보였다. 주담대가 3조원 이상 늘어난 것은 2021년 10월(4조7000억원) 이후 14개월 만이었다.

올 3월 주담대는 또다시 2조3000억원이 늘어났다. 1월 말 4%대 고정금리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두 달 후부터 반등한 것이다. 이어 7월 ‘50년 만기 주담대’가 출시되자 8월 주담대는 7조원이 급증했다. 주담대를 포함한 8월 가계대출 증가폭은 6조9000억원으로,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래 월별로 가장 큰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주담대 증가는 안심전환대출을 중심으로 집단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3월부터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주택시장 회복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주담대 증가폭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했다.

▶대출 금리도 들쑥날쑥...“커져버린 기대”=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이미 커질대로 커진 만큼 최근의 주담대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국의 50년 만기 주담대 규제와 관련해 “기대와 수단의 측면에서 보면 집값이 더 내리지 않고 올라간다는 기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수단을 없앤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수단을 제한하면 사람들은 다른 수단을 찾아서 나설 것이다. 오히려 (주택 매수) 기회가 줄어든다고 생각해 ‘지금 올라 타야 한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며 “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제는 믿지 않는 분위기다. ‘더는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아마 중과부적(衆寡不敵·적은 수효가 많은 수효를 대적하지 못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50년 만기 주담대를 막아도 전반적인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올해 상반기엔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주담대가 16조원 늘어났다. 정책적인 요인으로 늘어났고, 하반기엔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과 ‘지금 아니면 주택을 사기 어렵다’는 식의 실수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당국의 부동산 시장 연착륙 조치가 불가피했던 만큼 가계대출 총량 증가 자체보다 금융 불안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가 지나치게 가계부채 총량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 가계부채가 많아지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경제 불안이 생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당국이 제시한 미시적인 대책의 목표를 그때 그때 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가 부동산 때문에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도 있지만 부동산이 기반이 된 가계부채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계부채”라며 “부동산 가격이 안정적일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규모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가계대출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혜현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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