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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손청구간소화 법안 국회 제동...정부 “법적 문제 없다”
소비자 단체 강력 요청에
병원측 진료기록 보험사 공유 반대

약 40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청구를 간소화하려는 법안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리자 정부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단체의 강력한 요청에도 병원의 환자 진료 기록을 보험사와 공유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에 발목이 잡히며 번번이 법 개정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져야 고객이 신속하게 보험금을 받아 보험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5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13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했으나 일부 이견이 있어 18일 전체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 개정안은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고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실손보험 청구를 하려면 보험 가입자가 직접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 과정이 필요했으나 이를 간소화한 것이다.

정부는 이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올라가 입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 의약계와 환자 단체 등이 법률 간 충돌, 환자 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제기하면서 반대해 법사위 통과가 미뤄졌다.

의료업계는 “의료법 21조에서 ‘의사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 진료기록 또는 조제 기록부를 열람케 하거나 사본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다”면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물론 보건복지부와 법사위 수석 전문위원실도 정합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정신건강복지법은 의료법 21조에도 보호의무자의 열람 및 사본 발급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보건복지부의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발급 업무 지침’에도 다른 법 규정에서 의료법 21조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 안전관리의 장이 환자의 기록 요청 시 의료기관은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법제처의 해석도 있다.

소비자 단체는 청구 절차 단순화를 통한 소비자 불편 감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8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14일 보험업법 개정안 계류가 결정되자,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실제 실손보험 가입자는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제출하는 과정 등 청구가 번거로워 일부 금액을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청구상 불편 등으로 보험 소비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실손 보험금이 연평균 약 2760억원에 달한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는 3997만명이며 연간 청구 건수는 1억건에 이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기약이 없다”면서 “내년에 각종 선거 이벤트가 많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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