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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의료 후진국 전락 위기…KAIST, 의사과학자 양성에 사활
- 2026년 의사과학자 양성 위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추진
- 의사협회 등 의료계 반발, 의전원 설립위한 연구중심 병원 확보 과제
KAIST 의과학대학원 학생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가 신성장동력이 될 글로벌 바이오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이광형 KAIST 총장)

카이스트(KAIST)가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바이오의료 전문 인력 ‘의사과학자’ 양성에 사활을 걸었다.

바이오의료 분야에 특화된 과학자 및 공학자 양성을 위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 한국의 바이오헬스 산업의 판을 바꾸기 위해서다.

의사과학자는 과학기술 지식을 접목해 질병 치료,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 등 다학제적 분야에서 융합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의사이자 과학자를 말한다.

코로나19는 의사과학자 육성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임을 보여줬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약 37%, 글로벌 제약사 최고기술책임자 중 약 70%가 의사과학자다.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화이자는 많은 의사과학자를 보유하고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 백신 개발로 174년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화이자의 지난해 매출은 1003억달러(약 123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로 벌어들인 돈(매출 120조원)보다 많다.

▶국내 의사과학자 전체 의사중 1%…뒤쳐지는 바이오의료 산업=KAIST는 2004년 의과학대학원을 설립, 의사들이 첨단과학 연구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현재까지 184명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했다. 국내 이공계대학 최초로 의사를 대상으로 선도 연구자 양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과정(박사학위)을 시행하여 지난 30여년 간 우리나라 의사과학자 양성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사과학자는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과학자는 전체 의사의 1% 미만으로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의과대학 졸업생(4만5000명) 중 3.7%(1700명)가 의사과학자로 육성되는 반면 한국은 3000여명의 의대 졸업생 중 0.3~0.7% 수준에 그친다. 의사과학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바이오의료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 약 120개 의대에서 의사자격증(MD)과 박사학위(PhD)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 졸업생 중 83%가 의사과학자로 연구를 이어간다.

KAIST는 그간 축적해 온 의사과학자 양성 시스템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의전원은 의학교육 단계부터 과학 및 공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공학자를 양성하고 이후 박사과정을 통해 MD-데이터공학자·AI전문가·전자공학자·신약개발자 등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학생들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KAIST 제공]

KAIST가 과기의전원을 신설하려는 이유는 현재의 의과학대학원만으로 미래의 바이오의료 환경에 완벽하게 대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의과학대학원은 기존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생명과학분야의 연구에는 탁월한 성과를 냈지만, 공학분야에서는 아직 성과가 미약하다. 이는 의과학대학원 연구자의 학술적 배경이 의학이다 보니 지금처럼 전공자도 따라잡기 벅찰 만큼 빠르게 발전하는 공학적 자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기는 어렵고, 최신 기술적 성과를 신속하게 의료 분야에 접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기의전원은 과학과 공학을 기반으로 의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둔다. 의학교육단계부터 시작하는 MD-PhD 융합 과정을 운영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총장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의대 졸업 후 임상도 하지만 연구를 하고 창업하는 좋은 성공사례가 많다”면서 “현재 KAIST가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우선 확대한 뒤 2026년경 과학기술의전원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과학자 육성, 연구병원 확보 절실…의료계 KAIST 경계 =과기의전원 설립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의 영역이 중첩된 민감한 사안이다.

기존 대학 의대 및 의사단체는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KAIST의 과기의전원 신설이 의사정원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의사과학자에서 임상의로 이탈하는 인원이 발생할 경우 자칫 ‘밥그릇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특히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연구병원(부속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영역 침범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의료계와 병원을 갖고 있는 명문 대학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증을 취득한 상태에서 입학하는 의전원 설립은 괜찮다고 본다”면서 “오히려 기존 의학전문대학원과 달리 의사자격증을 가진 이가 오기 때문에 의사과학자라는 육성이라는 취지에도 잘 맞고 기존 의전원처럼 일반대학교 졸업자가 진학해 면허를 따고 임상현장으로 가는 사례도 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장은 “임상 분야와의 이해관계 충돌을 피하기 위해 졸업 후 10년 동안은 임상의로 근무하지 못한다는 제한도 둘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임을 감안해 의료계와 과학기술원과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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