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으로 14명의 사상자를 피의자 최원종(22)이 한 언론 매체에 A4용지 5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보냈다.
9일 조선일보는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최씨가 지난 1일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자필 편지를 편집국 앞으로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편지의 진위에 대해 해당 매체는 “최원종이 보낸 편지로 추정된다”는 법무부 관계자의 전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매체는 최씨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겼고, 내용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원종은 편지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소심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사고가 흐려지며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겨 고등학교 진학 후 한 달이 되기 전에 자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퇴 이후 부모님과 싸우며 사이가 좋지 않아 대화가 단절됐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로 세상과 소통하며 고립감을 해소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저는 마치 나무의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가 포도는 맛이 없을 것이라고 자기합리화하는 것처럼,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사회 자체에 대해 증오심과 반발심을 갖게 됐다"며 "사회를 저주하는 글이나 사람을 해치고 싶다는 글을 작성해 분풀이를 했다"고 했다.
또 "오랜 생각 끝에 해결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싶다고 생각해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부모를 떠나 혼자 생활한 뒤부터 피해망상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살고 활동하는 지역, 가게,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등 모든 곳에서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돼 심각한 괴롭힘이 시작됐다"며 "남자, 여자, 노인, 어린아이 모두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가담해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언제든지 살해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스토커를 목격한 서현AK플라자 사람들을 죽이기로 생각했다"라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의 편지에는 범행을 후회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최원종은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도 힘들고 괴롭다.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십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고 고문을 받는 기분이다.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다 TV에 나오는 범죄자들을 욕을 하고 비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부모님 말대로 대인기피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했어야 했다고 후회된다"고 했다.
편지 내용을 접한 전문가들은 최씨가 반성보다는 감형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편지 내용은 거짓말이 뒤섞여 법원이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줄 가능성도 없고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조선일보에 전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어떤 내용을 적는 게 본인에게 유리한지 분명하게 알고 자기 방어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매체를 통해 꼬집었다.
실제로 어린 시절부터 대인기피증을 앓아왔음을 강조해 적은 것은 심신미약을 주장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범인 조선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함에도 내용상 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면서 “소영웅주의적인 과대망상”이라고 매체에 지적했다.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었다”거나 “사회에 끼친 악영향 수습하고 좋은영향 전파하고 싶다”는 글귀는 반성과는 무관한 영웅심리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