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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사라져가는 분위기다. 최근 주택가격에 대한 재상승 기대감으로 주담대가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섰고, 대부분의 은행이 50년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나이제한 등 아무 제약 없이 현재 해당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두 개로 줄어든 상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집단대출을 실행하고 있는 약 20여개 지점에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 신청을 빠르게 신청하도록 공지했다. 당국의 행정지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년 기준으로 변경되기 시작하면 고객에 피해가 있을 수 있으니 대출 심사를 서두르라는 취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 신청고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집단대출을 진행중인 지점에 쪽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에는 하나은행이 주담대의 최장 만기를 50년에서 40년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4일 오후 6시부터 보금자리론을 제외한 다른 대출 상품에 대해서는 50년 만기를 신청할 수 없다. 하나은행은 7월 초부터 해당 상품을 일찍 판매하기 시작했다. 상품을 출시한 지 약 두 달만에 다시 만기를 축소한 셈이다.
앞서 NH농협은행은 50년만기 주담대를 2조원 가량만 취급하겠다고 밝힌 뒤 두 달 뒤인 8월 말 접수를 마무리했다. 현재는 그간 접수된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도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중단했으며, 카카오뱅크는 만 34세 이하의 무주택자에 한해서만 50년 만기 대출을 내어주고 있다. 한화생명·삼성생명·삼성화재 등 보험사도 해당 상품을 폐지했다.
주요 은행이 줄줄이 50년 만기 상품을 철회함에 따라 시중은행 중에서 50년 만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단 2곳으로 줄었다. 여전히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는 한 은행의 관계자는 “만기는 (50년까지) 열어두고 고객이 선택하도록 두고 있다”며 “50년 만기 대출이 은행에게 손해가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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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기 주담대는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으로, 그간 대출자들 사이에서 DSR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고려됐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이자는 불어나지만, 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줄줄이 이 상품을 중단하는 이유는 이 상품이 DSR 우회로로 취급되며 주담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8월 말 주담대 잔액은 680조812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7월 말(679조2208억원)과 비교해 1조5912억원 늘어난 규모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잔액도 불어나 8월 증가폭이 1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당장 내일이라도 해당 상품을 팔지 못하게 주문할 것으로 보여 각 은행이 선제적인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50년 만기 상품의 DSR 산정 기준 변경 등의 규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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