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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오일 머니’, 글로벌 자본시장 쥐락펴락
WSJ “중동 국부펀드는 ATM”
미국 내 자금조달 어려워진 사이 글로벌 큰 손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 등 주요국이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위해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이어가는 사이 중동 국가들이 자본시장에서 큰 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투자 유치를 위한 팀을 설치할 계획이다.

앞서 유명 헤지펀드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가 2020년 카타르 두바이에 사무실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헤지펀드 엑소더스포인트캐피털 등 다수의 미국 헤지펀드들이 중동에 둥지를 틀었다. 유럽의 티케하우 캐피털과 아르디안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향했다.

이들 대형 투자기관들이 중동을 향한 건 사우디나 UAE의 막대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사우디공공투자기금(PIF)이 주식 등 투자증권에 출자한 자금 규모는 2021년 330억달러(약 44조원)에서 2022년 560억달러(약 74조8000억원)로 껑충 뛰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의 주식 출자 규모는 2022년 180억달러로, 1년 새 두 배 증가했다.

이미 굵직한 인수합병(M&A) 등에서 중동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최근 무바달라는 지난 7월 투자운용사 포트리스 지분을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달러가 넘는 금액에 사들였다. 지난달엔 PIF가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항공 금융 리스 부문을 36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아부다비 왕가 투자회사인 로열그룹은 주요 상장기업에 2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반면 미국 내 자금조달 사정은 팍팍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에 기반을 둔 벤처 캐피털펀드는 300억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이는 2021년 상반기 740억달러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자금 모집이 어려워진 것이다.

금리 상승으로 발목을 잡힌 서구 금융기관들에게 유가 상승으로 자금이 넘치는 중동 지역 국부펀드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됐다고 WSJ은 설명했다. 대형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하비 슈워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콘퍼런스에서 “미국에 머물러 있다면 걱정이 크다”면서도 “중동 투자자들은 선도적이고 역동적”이라고 말했다.

WSJ은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사우디 국제투자컨퍼런스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행사가 지난 2018년만해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 등으로 주요 미국 투자자들이 외면하면서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턴 블랙록, 씨티그룹, 블랙스톤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 덕분에 과거 무료였던 참가비는 올해 1인당 1만5000달러(약 1400만원)까지 치솟았다.

자금조달 자문업체 제이드어드바이저스의 피터 제더스텐 창업자는 “이젠 모두가 중동으로 가고 싶어한다”며 “마치 옛날 미국의 골드러시 같다”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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