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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질 중소” 구직사이트에 모욕성 기업 리뷰…法 “플랫폼 책임 없어”
퇴사한 직원이 모욕성 리뷰 올려
기업, 잡플래닛 상대로 소송
“모욕성 게시물 부주의하게 게시했다” 주장
법원 “잡플래닛, 반박 기회 보장 등 조치 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기업정보 공유 플랫폼에 모욕성 기업 리뷰가 올라오더라도, 플랫폼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삭제 요청 등 기업에 반박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72단독 류일건 판사는 한 중소기업이 잡플래닛을 상대로 3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중소기업) 측 패소로 판결했다.

법적 다툼은 지난해 5월, 해당 기업 직원이 퇴사한 뒤 잡플래닛에 기업 리뷰를 올리면서 시작했다. 리뷰엔 “중식·석식 제공”, “높은 급여” 등 장점도 있었지만 모욕적 표현도 포함돼 있었다. “일 잘하는 사람보다 아부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음”, “스마트한 척하는 악질 중소기업”, “CEO는 회사경영에 관심이 없음” 등의 내용으로 “해당 기업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게 결론이었다.

게시물을 확인한 기업은 4개월 뒤 잡플래닛을 운영하는 브레인커머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기업 측은 “잡플래닛이 모욕성 게시물을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부주의하게 게시했다”며 “결국 구직자들에게 평판이 심각하게 저하돼 경영상 불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기업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에 따르면 플랫폼이 명예훼손적 게시물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고,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삭제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 일명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음)에 의한 책임인데, 법원은 잡플래닛에 해당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법원은 우선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모욕적 표현이 일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관적 의견의 표현에 해당한다”며 “취업정보 공유라는 사이트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고 어렵다”고 판시했다. 불법성이 명백하지 않으면, 잡플래닛의 책임도 부인된다.

이어 재판부는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다고 보더라도, 잡플래닛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법원은 “잡플래닛이 기업의 반박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게시물 등록 알림·댓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신고하기 버튼 등을 통해 기업이 신속하게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했으며 실제 해당 게시물이 문제되자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기업 측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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