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는 ‘선셋 요가 클래스’를 내놨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갓생’이었다. ‘갓(God)’과 ‘인생(生)’을 합친 합성어로 학업, 직장, 여가, 취미, 운동, 육아 등 모든 일상을 부지런하고 생산적으로 살아 성취감을 얻는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전이 취향으로 대변되는 ‘욜로’의 시대였다면 코로나19 이후는 가치를 따지는 ‘갓생’의 시대였다.

그런데 엔데믹 1년차에 접어들면서 이런 흐름이 미묘하게 변주되고 있다. 최근 들어 ‘겟(Get)’과 ‘인생(生)’을 합친 ‘겟생’ 트렌드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다. 여기에는 바쁜 일상에서도 여유를 찾아 삶의 조화를 이루고 싶다는 시대의 욕망이 담겼다. 일상이 한층 분주해지면서 몸과 마음의 피로도가 높아지자 오롯이 휴식에 집중하는 ‘낫싱케이션(Nothing+Vacation)’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다.

휴가지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낫싱케이션’ 트렌드가 더욱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픽사베이]

트렌드를 최전선에서 보여주는 호텔이 가을을 맞아 내놓고 있는 올 가을 패키지 구성만 봐도 이 같은 흐름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는 바다 노을을 바라보며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선셋 요가 클래스’를 내놨다. 매주 금·토요일 일몰 시간에 호텔 야외 수영장 옆 잔디 광장에서 싱잉볼 명상 테라피와 함께 1시간 동안 진행된다. 선셋 요가 클래스는 ‘필 마이 어텀(Fill My Autumn)’ 패키지의 서비스 중 하나로, 이 밖에도 제주의 억새 명소를 둘러보는 트레킹, 폴라로이드 카메라 대여 등이 서비스에 포함됐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에만 해도 인생네컷, 이색 칵테일 시음, 도자기 클래스, 야구 경기 관람, 워케이션 등 새로운 것을 도전하거나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패키지를 기획·구성하는데 집중했다”며 “그런데 올해 가을부터는 충분하게 휴식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호캉스(호텔+바캉스)’ 패키지 퀄리티를 럭셔리·프리미엄화 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호텔은 웰니스 프로그램을 강화한 ‘블리스풀 릴렉세이션(Blissful Relaxation)’ 패키지를 출시했다. 관련 이미지.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홈페이지 캡처]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호텔은 ‘완벽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블리스풀 릴렉세이션(Blissful Relaxation)’ 패키지를 선보였다. 2박 3일간 다양한 미식 경험과 함께 웰니스 프로그램을 즐기는 서비스다. 1대 1 필라테스 클래스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고, 투숙 기간 동안 호텔 곳곳의 작품을 감상하는 혼자만의 아트 투어를 즐길 수도 있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휴식과 운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마인드, 바디 앤 웰니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객실 내에 요가 매트, 폼롤러, 마사지 볼 등 다양한 운동 용품이 제공된다. 스위트 객실에는 룰루레몬의 운동 용품·요가 타올·헤드밴드 등이 추가로 마련된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은 60분간 바디 트리트먼트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릴렉스 더 프렌치 웨이(Relax the French Way)’ 패키지를 내놨다. 글래드 호텔은 숙면을 통해 완벽한 재충전을 돕는 ‘글래드 꿀잠 시즌13’ 패키지를 출시했다. 투숙객에게 ‘유기농 순면 베개 커버 레이어 세트’와 ‘글래드 꿀잠 안대’로 구성된 ‘꿀잠 키트’가 제공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로그아웃하고 궁극적인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국내·해외 여행 인기가 특히 많지만, 이와 함께 긴장을 풀고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고객의 수요도 덩달아 높기 때문에 식음료(F&B), 스파 등 구성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