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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 빼돌려 경쟁사로 이직한 연구원들…法 “회사랑 공동 2억 배상”
미국 이주한다며 퇴사하더니 일주일 만에 경쟁사 이직
구글 드라이브로 영업비밀 파일 수백 개 빼돌려
형사 재판서 징역 10개월 실형 등 선고
민사 재판서 “회사와 공동으로 2억원 배상"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화장품 업체 한국콜마에서 신세계그룹 계열사로 이직하면서 영업비밀을 유출한 연구원들이 거액을 배상하게 됐다.

법원은 연구원들뿐 아니라 이들이 이직한 인터코스코리아(옛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에게도 공동 책임을 물었다. 충분히 기술 유출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62민사부(부장 이영광)는 한국콜마가 인터코스코리아 법인과 전 연구원들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소송에서 한국콜마 측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이들이 유출한 한국콜마의 영업비밀을 폐기하고, 공동으로 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2019년 11월, 검찰이 해당 연구원들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알려졌다. 한국콜마에서 선케어 화장품 연구개발을 총괄하던 연구원 A씨는 2018년 1월 돌연 퇴사하며 ‘미국 이주'를 한다고 했지만 거짓이었다. 불과 일주일 뒤 인터코스코리아로 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직 과정에서 A씨는 한국콜마의 영업비밀 파일 수백 개를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엔 한국콜마의 신제품 관련 자료, 3만개에 달하는 화장품 원료에 대한 단가, 구매처, 제조원 등 내밀한 경영상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B씨도 A씨와 같은 날 이직해 이러한 범행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인터코스코리아는 A씨의 이직 후 선케어 관련 제품 매출이 급성장했다. 2017년엔 선케어 제품을 전혀 판매하지 않았는데, 2018년엔 선케어 제품 관련 매출액이 460억원에 달했다. 또한 3명의 연구원으로 불과 10개월 만에 44건의 식약처 심사를 완료하는 등 개발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다.

이들의 범행은 한국콜마에서 A씨가 사용하던 노트북에 디지털 포렌식 검사를 진행하면서 발각됐다. A씨는 한국콜마에 고소당한 직후인 2018년 5월, 인터코스코리아 대표에게 “염려하지 말라"며 “이 정도는 다 예상했으므로 변호사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약 3년 뒤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사 재판에서 A씨와 B씨는 각각 징역 10개월 실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인터코스코리아 법인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2021년 8월, “피고인(A씨)이 유출한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가 인정된다"며 “피해 회사의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민사 재판에서도 법원은 한국콜마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유출한 영업비밀은 한국콜마가 25년간 화장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며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작성·유지·관리한 것”이라며 “한국콜마는 5년간 연구개발비만 10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영업비밀 파일에 대해선 “인터코스코리아가 해당 정보로 이익을 취했다는 정황을 찾아볼 수 없고, 한국콜마가 입은 손해에 대한 주장과 증명이 없다"며 손해액으로 2억원을 결정했다.

법원은 인터코스코리아 측의 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인터코스코리아는 채용 시 ‘전 직장 정보 비침해 서약서'를 받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고 했지만 법원은 “이것 외엔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코스코리아도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0년 7월,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의 지분 50%를 합작 파트너인 이탈리아 업체 인터코스에 전량 매각하고 화장품 사업에서 철수했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 전이다. 항소가 가능한 기간(1심 판결문 송달 후 2주)이 지나지 않았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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