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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슈머·헬스케어·B2B·플랫폼’ 투자 적중
미드캡 바이아웃, 톱다운 방식 접근
공차로 부상 UCK, 4년만에 메디트 잭팟
투자 대상에 깊은 이해 차별화 성과

국내에서 소위 ‘미드캡(중소·중견 기업)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이라는 시장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블루오션’이나 다름없었다. 글로벌 하우스는 보유 펀드에 비해 딜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진입하지 않았고, 국내 운용사들은 손이 많이 가고 가격 하방 리스크 등으로 바이아웃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는 컨설팅을 업으로 삼던 김수민 UCK파트너스(이하 UCK) 대표가 직접 사모펀드(PEF) 업계로 뛰어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베인앤컴퍼니에서의 경험을 통해 중견기업의 밸류업(기업가치 향상) 기회가 크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UCK의 방향성은 지난 10여년간 한국 시장에서 투자한 포트폴리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드캡 바이아웃 딜에 집중하면서 컨슈머(소비재 및 유통업 전반), 헬스케어, B2B(기업 간 거래), 이커머스 및 온라인 플랫폼 등 섹터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신선화 파트너는 “컨슈머와 헬스케어, B2B, 플랫폼 섹터 중 톱다운 방식으로 어떤 섹터 내에서 어떤 회사가 향후 글로벌 1위 회사가 될 수 있을지 물색한다”며 “그 다음 회사의 승계 이슈나 펀딩, 상장이 필요한 회사들을 찾아 연락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UCK가 국내 PEF 업계에 크게 이름을 알린 것도 컨슈머 섹터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단연 ‘공차’ 매각이다. 공차 사례는 국내 PEF 업계 유일한 여성 파트너인 신선화 파트너의 역할이 컸다. 신 파트너는 2014년 입사 직후 공차코리아 딜을 소싱, 리드했다. 김 대표는 “다른 하우스들과 달리 거의 유일하게 여성 파트너가 있다는 점도 보다 섬세하게 컨슈머 섹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UCK는 2014년 공차코리아 지분 70%를 인수하며 공차와 연을 맺었다. 1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500억원을 투자했는데, 결과적으로 2019년 미국 PEF 운용사 TA어소시에이츠에 공차코리아 지분을 매각하면서 투자원금 대비 5.7배 차익, 내부수익률(IRR) 47.1%를 달성했다.

지금이야 ‘대박’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과거 공차코리아는 시장에서 골치 아픈 매물 중 하나였다. 단기 수익이 편중되면서 장기 성장동력이 불투명했고 저가 커피 체인점이 잇달아 론칭되며 시장 경쟁자가 늘어나는 등 외부환경도 우호적이 않았다.

하지만 공차코리아는 저가 브랜드의 가격 파괴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대신 프리미엄 버블티 브랜드라는 아이덴티티를 고수했다. 결국 공차코리아는 기업가치 퀀텀점프에 성공했고, 2015년 일본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16년에는 공차 대만본사도 역인수할 정도로 성장했다.

예식장 사업 ‘아펠가모’도 UCK가 투자한 소비재 섹터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UCK는 아펠가모를 2016년 CJ푸드빌로부터 약 400억원에 인수한 뒤 고급 웨딩브랜드 ‘더채플’을 운영하는 유모멘트도 180억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UCK는 웨딩사업 1·2위 사업자를 통합하고 서비스 체계 개선에 집중했다. 그 결과 아펠가모와 더채플의 합산 매출은 인수 전인 2015년 446억원에서 2018년 530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2019년 아펠가모와 더채플을 에버그린 컨소시엄에 1300억원에 매각, 2배 넘는 차익을 거뒀다.

공차와 아펠가모 사례의 공통된 특징은 UCK가 투자 전 이미 대상 회사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구체적인 밸류업 계획이 세워두고 투자에 나섰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제일 중요한 비즈니스 실사는 우리가 직접 한다. 식음료(F&B) 기업이면 매장에 가서 알바생은 물론 고객들하고도 얘기해본다”며 “이후 저희가 매장에 가보니 상황이 이렇다고 조사해 분석한 내용을 창업자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투자 기회가 발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 ‘빅딜’인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 건은 오랫동안 맺어둔 인연이 사업 파트너로 연결된 케이스다. 실제 메디트 창업주 장민호 대표와 김 대표는 10여년전부터 연을 쌓아왔다. UCK는 2019년 창업자인 장민호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해 3374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메디트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에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 등 복수의 원매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으나, 장 대표는 오랜 기간 소통해온 UCK에 지분을 매각했다.

인수 뒤 메디트는 급성장했다. 2019년 각각 721억원, 361억원이던 매출과 영업이익은 3년 후인 2022년 2713억원, 1432억원으로 급증했다. 2022년 메디트의 구강스캐너 글로벌 점유율은 24%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헬스케어의 경우 서비스는 규제와 많이 연결돼 있지만, 디바이스는 수출이 가능하다”며 “메디트 투자 전부터 그쪽 분야 ‘인싸’가 돼야한단 생각으로 저와 파트너들이 치과 회사도 많이 가봤다”고 말했다.

메디트는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에 매각 당시 2조4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공차 매각 후 4년만에 나온 UCK의 새로운 랜드마크 딜이다. 투자 원금 대비 5.8배 차익, IRR은 81.5%에 달한다.

김상훈 기자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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