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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혼인 안해도 신생아 특공, 비혼 출산 포용하는 계기로

정부가 신생아 출산가구에 저금리 주택대출과 3만가구 공공분양 특별공급을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결혼가구뿐 아니라 비혼가구도 대상으로, 신혼 부부 중심의 주거 지원을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신생아를 중심으로 새로 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만명대로 내려앉아 세계 최저 출생률을 기록한 다급한 상황에서 방향 전환은 바람직하다.

내년 예산안에 포함된 저출산대책은 젊은 층이 내 집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점을 고려해 저금리 주택대출과 아파트 특공을 크게 늘린 게 핵심이다. 주택 매입 시 저금리 디딤돌 대출 소득요건을 완화하고 대출 한도도 4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렸다. 아이 한 명을 더 낳을 때마다 금리를 내려주고 적용기간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버팀목 대출요건도 부부합산 소득 연 1억3000만원 이하로, 두 배 이상으로 확 높이는 등 실효성이 커졌다.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을 바꿔보려는 고육책이지만 인구절벽의 대안으로 비혼가구에 대한 인식을 바꿀 좋은 타이밍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대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내리막길을 막지 못했다. 젊은 세대의 생각과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최근 통계청의 조사를 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청년(19~35세) 비중은 지난해 기준 36.4%로, 10년 전보다 20%포인트 넘게 줄었다. 결혼을 해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청년도 2명 중 1명 이상(53.5%)이다. 청년 10명 중 8명(80.9%)은 비혼 동거와 비혼 출산에 대해 긍정적이고, 10명 중 4명(39.6%)은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 10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던 유럽이 출산율 1.6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적극적인 비혼 정책 덕이 컸다. 유럽 국가들의 비혼 출산 비중은 30~50%이고, 프랑스는 60%에 달한다. 비혼 출산 없이는 이 국가들도 출산율이 1.0명 가까운 수준이라는 말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비혼 출산율이 2%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2%)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지만 이젠 바꿀 필요가 있다. 젊은 층이 혼인·출산을 망설이지 않도록 주거뿐 아니라 출산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이대로 가면 ‘세계 첫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는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학 명예교수의 경고를 거듭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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