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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다시 고개드는 인플레, 물가관리 고삐 더 단단히 잡아야

2%대 초반까지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9월에 다시 3%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물가하락에 크게 기여했던 휘발유·경유 가격이 다시 급등한 데다 농수산물도 호우와 폭염, 추석 등과 맞물려 들썩이는 여파다. 특히 이상 기후 등으로 국제 식량 가격이 요동치고 있어 국내 가공식품 및 외식물가에도 부정적 파급효과가 불어닥칠 공산이 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3%로,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이 수치에 힘입어 지난 24일 5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물가가 한 해 만에 6%대에서 2%대 까지 극적으로 낮아진 것은 에너지 가격안정 덕분이다. 지난달 휘발유·경유의 물가기여도는 -1.34%포인트에 달했다. 하지만 이달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가는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초 L당 1370원대까지 내려갔던 경유가격은 26일 1620원대로 치솟았다. 배럴당 70달러 안팎이던 국제유가가 지난달 이후 80달러대로 훌쩍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산유국들이 감산을 지속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진 에너지 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최근 유가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 8~9월엔 (물가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배경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상 기후에 따른 폭염과 가뭄, 홍수 등이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면서 국제 식료품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한국은행은 28일 ‘국내외 식료품물가(food inflation) 흐름 평가 및 리스크’ 보고서에서 이와 관련한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 3월 식료품물가가 19.2% 상승,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는 최근 한 달 새 토마토 가격이 400% 폭등하는 등 식품 가격 인플레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인 인도는 결국 지난 7월 쌀 수출을 금지시킨 데 이어 수출하는 양파에 40%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식량위기가 세계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가가 2.3%로 내려왔다지만 지난해 7월까지 물가상승률이 가팔랐던 점에 기댄 기저효과이고 8월부터는 다시 3%대로 높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9월부터는 버스·지하철 등 공공요금과 추석, 원유(原乳) 가격인상 등 물가에 부담을 주는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 정부가 급한 대로 유류세 인하 연장, 취약 품목 저율할당관세 적용 등을 가동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물가관리에 실패하면 경기반등의 불씨가 꺼진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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