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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어지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이차전지업계 속타는 이유 [세모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국내 전구체 시장 ‘선도’
높아지는 中 의존도…기술력·생산 확대 중요
경북 포항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전경. [에코프로그룹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지난해 국내 전구체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95%에 육박하면서 ‘전구체 자립’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심장’인 양극재 가격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물질로 용량 및 수명을 결정한다.

최근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전구체 자급을 위해 잇달아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 노하우 부족 등으로 한계를 겪고 있다. 19년 간 양산 경험을 보유해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에코프로머티리얼즈마저 최근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오너리스크로 상장 심사가 지연되면서 국내 전구체 자립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국내 선도 기업의 정체가 이차전지 업계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한국무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구체 수입금액은 5조4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4조7600억원으로 전체 수입금액의 94.5%를 차지했다. 2018년 83.9%에 그쳤던 대중 수입 의존도는 불과 5년 새 대폭 확대됐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고용량 하이니켈 전구체를 국내 최초로 양산, 현재 국내 최대 전구체 생산능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원 무기화 양상이 거세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향후 국내 전구체 산업의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상당수 기업이 중국과 합작사 설립을 통해 전구체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단독 사업체를 운영하는 데다 이미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유럽연합(EU)은 ‘핵심원자재법(CRMA)’을 앞세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향후 미국이 우려기업집단(FEOC) 지정을 통해 중국 기업의 지분율 제한에 나설 경우, 합작 기업들은 악영향을 받게 된다. 반면 단독 공장 운영이 가능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비교적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021년부터 황산메탈제련 공정을 도입, 원재료 수급 안정화 및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광물 공급업체로부터 니켈 브리켓과 같은 고순도의 원재료를 매입해 황산니켈 형태로 가공했다면 현재는 니켈 브리켓의 전 단계 물질인 MHP(니켈 및 코발트 수산화 혼합물), MCP(금속복합 침전물)를 원재료로 사용 중이다. MHP, MCP를 제련해 고순도의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등 원재료로 가공하는 식이다. 전구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원재료 선택의 폭을 넓혀 메탈 시세 변동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다만 향후 안정적인 성장과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해 기준 연산 5만t(톤)의 전구체 생산능력을 2026년 20만t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기업공개(IPO)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투자금 확보, 기업 가치 상승 등 상장 효과를 고려했을 때 현재가 상장 적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27일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규정상 심사 기간인 45영업일을 훌쩍 넘어 4개월 가까이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통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내 상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전 회장의 형이 확정됐고, 그가 지난해 대표직을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회사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방안을 거래소에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최근 이례적으로 그룹사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각 자제와 사전통보를 당부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심한 민감한 시기에 행동 하나하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며 “미공개 정보 이용 및 단기 매매 금지 등 컴플라이언스 준수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우리를 ‘법의 잣대’가 아닌 ‘윤리의 잣대’로 바라보고 있다”며 “법을 지키는데 나아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을 때 존경받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그룹이 배터리 양극재 라인을 국내외에서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구체 자급도’를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에코프로그룹이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셀 회사들의 가격 경쟁력 등과도 직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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