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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홍삼 대신 ‘제로 과자’…달라진 中 관광객 입맛 노리는 명동 [언박싱]
유커의 귀환 ①
서울 중구 명동의 한 K-마트에서 바프(HBAF)의 아몬드 제품을 진열한 모습 전새날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전새날 기자]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롯데웰푸드 ‘제로’ 과자가 잘 나가요.”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한국 단체 관광을 최근 허용한 가운데 중국 관광객(유커·遊客)의 쇼핑 리스트가 확 바뀌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유커들이 쓸어담던 홍삼 건강기능식품·한방 기초 화장품의 인기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제로 과자’, ‘허니버터아몬드’, 색조 화장품이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면서다.

“올리브영 ‘자일로스 달고나’·롯데웰푸드 ‘제로’ 인기”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K-마트에서 만난 중국인 직원은 “요새 중국인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미리 제품을 검색해 와서 (원하는 것만)딱딱 집어서 산다”며 “유명 유튜버 영상을 보고 추천 제품을 사는 경우도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올리브영에서 파는 ‘눈꽃달고나’ 과자, 롯데웰푸드의 ‘제로 시리즈’ 제품이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덧붙였다. ‘맛있고 건강하다’는 인식 때문에 중국 MZ세대가 많이 찾는다 설명도 곁들였다. 올리브영의 눈꽃달고나는 자일로스 설탕을 넣었으며 롯데웰푸드의 제로 과자는 설탕 대신 대체당을 넣은 상품이다.

다른 마트 직원은 “예전에는 김과 홍삼이 잘 팔렸는데 요새는 김 외에 허니버터아몬드와 ‘와사비맛아몬드’가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20~30% 정도 올랐고 판매 제품 물량도 10~20% 정도 늘렸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광객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명동 거리 소재 상점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중국인의 입맛에 맞춰 상품 구색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불닭볶음면’, 아몬드 과자 등 중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상품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고 판매 물량도 확대했다.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매장에서 외국인들이 색조 화장품을 구경하고 있다. 전새날 기자

뷰티 제품은 대기업이 제조한 한방 화장품에서 중소 색조 브랜드로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명동 소재 한 올리브영 매장 직원은 “중국 관광객 사이에서는 린제이 모델링 팩, 토리든 마스크 팩이 잘 나간다”며 “색조 카테고리는 따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 잘 나간다”고 말했다.

기초 화장품도 여전히 잘 나가지만 중국인 사이에서 한국 색조 브랜드의 인기가 뜨겁다. 샤오홍슈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중소 브랜드의 상품을 찾아보고 오는 MZ세대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명동에서 만난 중국 관광객 첸치텅(25) 씨와 후티아닝(26) 씨는 “중국인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은 데이지크, 웨이크메이크, 3CE, 클리오, 롬앤, 릴리바이레드 등이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인기 유튜버 영상을 보고 사거나,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 광고를 보고 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어제(17일)는 올리브영에서 마스크팩 등 화장품을 샀고, 오늘(18일)은 간식을 샀는데 합쳐서 거의 12만~13만원 정도 썼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서 공유되고 있는 한국 화장품. 전새날 기자

명동의 한 에뛰드하우스 매장 직원은 “마스크팩도 잘 나가지만 요샌 아이브로 관련 제품도 잘 팔린다”라며 “아이브로의 경우 대용량으로 사가는 손님도 많지만 색깔 별로 구매해간다”고 했다.

“한방 화장품 대신 MZ세대 찾는 색조 확장품 대세”

이처럼 중국 관광객의 쇼핑 리스트가 바뀐 이유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중국의 주요 소비층이 젊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은 주로 4050세대로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홍삼 건강기능식품·한방 기능성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며 중국에서는 트렌드에 민감한 중국의 바링허우(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90년대생)가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 한국을 찾은 이들 역시 SNS를 통해 보다 트렌디하고 한국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상품을 구매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역시 변화된 중국 소비 트렌드에 맞춰 상품 구색을 다변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이나 소비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 예의주시하며 유커 맞이에 대비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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