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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견 조선사, 연봉 오르고 직원 늘었지만…‘실적 악화·인력 유출’ 이중고 [비즈360]
‘슈퍼사이클 효과’ 일감 늘었지만 실적 개선 더뎌
대형사 인재 쟁탈전 속에 ‘새우등’ 신세
원자재 가격 안정 등 연말 실적 개선 기대감↑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의 모습 [HJ중공업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10여년 만에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아닌 중견·중소형 조선사들도 연봉과 인력이 모처럼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형사들의 채용 경쟁 과열로 인해 핵심 인력 유출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실적 개선이 더뎌지면서 ‘이중고’에 처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헤럴드경제가 주요 조선사들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중견 조선사인 HJ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조선부문 인력은 1078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968명) 대비 11.4% 증가했다. 1인당 평균 연봉도 3741만원에 달하면서 지난해(3516만원)보다 200만원 넘게 올랐다.

케이조선(옛 STX조선)과 대선조선 등 다른 조선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케이조선의 경우 상반기 인력과 1인당 평균 연봉은 각각 957명, 3100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대비 인력(942명)은 소폭 늘었지만 연봉(2500만원)은 600만원 가량 급등했다. 대선조선은 1년 사이 인력이 342명에서 351명으로 올랐고, 1인당 평균 연봉도 100만원 가량 올랐다.

이처럼 중견 조선사들의 연봉과 인력이 모두 상승한 것은 조선사 수익성 지표로 여겨지는 선가가 꾸준히 오르고, 일감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케이조선이 건조한 MR탱커(중형액체화물운반선)의 모습 [케이조선 제공]

하지만 빅3 조선사에 비해 실적 개선이 늦어지는 점은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평가다. HJ중공업은 상반기 매출 9064억원, 영업손실 86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2분기 충당금 증가 등의 여파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조선과 케이조선도 상반기 각각 영업손실 858억원, 5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케이조선은 32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하반기 반등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공정지연 등이 중견 조선사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중견 조선사 상당수는 지난 2010년대 중후반 이뤄진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로 현재까지도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최근 대형사들의 인재 쟁탈전이 거세지고, 상대적으로 작은 조선사들은 기존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임금을 다시 올려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오션의 경우 상반기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3800만원으로 작년 3300만원 대비 500만원 인상됐다.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4052만원)과 삼성중공업(4000만원)과 격차를 줄인 것으로, 하반기에도 대형사 중심으로 채용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한 현장에서는 기존 인력의 고령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선조선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능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19.1년으로 집계되며, 3년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 중견 조선사 관계자는 “선체 용접이나 조립을 담당하는 숙련 기술자들 상당수가 60대에 근접한 상황”이라면서 “젊은 인력들 역시 조선업계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올해 들어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가 크게 늘었지만 이들이 현장에서 ‘제 몫’을 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중견 조선사들은 10년 만의 호황기를 맞아 높은 선가에 수주했던 선박들의 건조가 시작되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현장 적응을 마치고 원자재 가격까지 안정될 경우 중견 조선사들도 슈퍼 사이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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