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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디폴트 위기 점입가경…헝다 美서 파산보호, 中 정부 진화책은?
중국 장쑤성 전장시에 주택 옥상에 설치된 부동산 개발사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간판. [AF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미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헝다는 2021년 막대한 차입금과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중국 경제에 부동산 위기를 촉발한 장본인이다. 다른 업계로까지 도미노 파산 우려가 커지면서 이제 중국 정부가 어떤 진화 전략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비구이위안은 이달 7일자 만기인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원)을 지불하지 못했다. 유예기간 30일 안에 이자를 내지 못하면 디폴트를 맞게 된다.

비구이위안은 2017~2022년 매출 기준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다. 신규 주택 판매 기준으로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탄탄한 회사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면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자 구멍이 연쇄적으로 번지게 됐다.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시작은 2021년말 디폴트에 처한 헝다그룹이다. 헝다는 당시 중국 당국의 부동산 대출 규제로 시장이 침체하면서 현금흐름에 차질이 발생했고 디폴트로 이어졌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1998년 주택상품화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빠른 판매, 높은 프로젝트 회전율 등의 선순환을 등에 업고 고성장을 누렸다.

하지만 빈부격차 확대, 공급 과잉 등 부동산 급성장에 따른 후유증이 심해지자 2020년대 들어 부채율을 낮추도록 하는 레버리지 규제를 시행하는 등 부동산 경기를 누그러뜨리는데 정책의 방점이 찍혔다. 그 과정에서 헝다그룹을 비롯해 유수의 부동산 개발사들이 위기에 빠졌다.

이후 당국은 부랴부랴 일부 규제 완화로 위기를 모면했고, 헝다그룹 디폴트는 해결없이 어영부영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런 점에서 비구이위안 사태는 최근 갑자기 튀어나온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구이위안은 헝다보다 4배 가량 많은 3000여건의 크고 작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헝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에 따른 재무적 문제가 위기를 촉발했다면, 비구이위안은 부동산은 물론 중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단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최악의 경우는 이번 부동산 문제가 금융권 혼란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만약 비구이위안발 디폴트 위험이 금융권까지 넘어갈 경우 가뜩이나 중국 경제 전반을 덮고 있는 구조적 경기침체 우려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

유동성 문제를 겪는 것으로 지목된 중룽(中融)국제신탁의 경우 지난해 말 비구이위안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투자자들에게 만기 상환을 못하고 있다. 중룽국제신탁은 자산관리업체 중즈(中植)그룹이 2대 주주다. 중즈그룹의 자산 규모는 1조위안(약 18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중즈그룹에 대해 “금융 거물이 파산할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중즈그룹은 부랴부랴 글로벌 회계법인 KPMG에 의뢰해 부채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전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만약 비구이위안 투자 손실로 불거진 중룽국제신탁 유동성 문제가 중즈그룹까지 덮치면 중국 금융권의 연쇄 파산은 불가피하다. 자칫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디폴트로 인한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이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에서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헝다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헝다는 해외 채권자들로부터 채무 변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헝다는 아직 국내에서는 파산보호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비구이위안이 이번에 이자 지급을 못한 것도 달러 표시 채권이다. 비구이위안이 채무 구조조정을 하면 해외 채권자는 국내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놓여 제대로 보상받기가 힘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중국 부동산개발업체들이 해외 채권자들을 상대로 디폴트 경고음을 울리게 해 중국 정부를 움직이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15일 정책금리를 인하하며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 부양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리창 총리도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소비 확대·투자 촉진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 정책은 담기지 않았다.

추가 부양책이 없을 경우 앞으로 부동산 문제는 더 심각해 수 밖에 없다. 데이터 제공업체 유즈트러스트에 따르면 중국에선 지난달말까지 440억위안(약 8조1000억원) 규모의 106개 신탁 상품이 부도 처리됐다. 이중 부동산 투자가 74%를 차지했다.

신탁 업계의 부동산 익스포저는 작년말 기준 약 2조2000억위안(약 402조원)에 달한다. 최근 위기에 놓인 중룽신탁만 해도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고수익 상품은 총 395억위안(약 7조2000억원)이다.

이런 가운데 도시 거주자들의 고용 및 소득 기대는 감소하고 주택구매 의사는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일본식 장기 불황인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 경제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보다 부채 축소에 주력하면서 내수부진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추가 하락이 악순환을 이루면서 경기가 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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