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북 고령군 덕곡면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가 산으로 도주했다가 사살됐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 14일 경북 고령군의 한 민간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를 현장에서 바로 사살한 것이 적절한 대처였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사람 손에 길러져 온순한 편이었다는 사순이는 탈출 후 목장에서 20여미터 떨어진 곳에 계속 앉아 쉬기만 했을 뿐인데 사살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4일 동물행동권 카라와 사순이를 키워온 목장주에 따르면, 사순이는 새끼 때부터 20여년간 사람 손에 길러져 사람을 잘 따르는 편이었다. 목장주는 사순이에 대해 "평소 애교도 부리고 사람이 손을 대고 쓰다듬어도 될 정도로 순한 녀석"이라고 밝혔다.

사순이는 탈출 당일 오전 7시 24분께 목장의 우리 문이 열린 새 빠져나와 불과 20여m 떨어진 인근 숲에서 발견됐다. 20여분간 숲속에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했을 뿐, 다른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사순이가 탈출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숲으로 그늘을 찾아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사순이가 사육됐던 목장의 환경은 열악했고, 맨 시멘트 바닥에서 생활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라는 "탈출 후 목장 바로 옆 숲속에 가만히 앉아있던 사순이는 그저 야생동물답게 흙바닥 위 나무 그늘에 몸을 뉘어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과 소방본부는 인명피해를 우려해 사순이의 사살을 결정했다. 사순이는 사살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고, 엽사의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탈출한 지 1시간 10분 만이었다.

카라는 "인근 캠핑장 이용객의 대피도 끝난 상황에서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앉아 있었던 사순이가 맹수라는 이유로 별다른 숙고 없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야만 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표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위험 정도나 주변 상황에 따라 마취나 사살을 결정할 수는 있지만, 탈출한 동물이 원래 우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사실 결정 전에 생포를 시도할 수는 없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순이가 국제멸종위기종 2급으로 전세계에 250여마리 밖에 남지 않은 '판테라 레오' 종이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