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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 산불, 역겨운 인간들” 하와이 참사에 ‘도둑·투기꾼’ 몰렸다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사흘째 산불이 확산하는 가운데 10일(현지시간)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에 차량 수십 대가 불에 타 있다. 당국이 파악한 화재 사망자 수가 53명으로 늘어난 이날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라하이나의 약 80%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100명 이상의 산불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약탈자와 땅 투기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마우이 섬 라하이나가 산불로 치안이 불안정해지자 흉기를 든 강도가 사업장을 급습하는 등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마우이섬 서부 주민들이 음식 등 보급품을 도둑 맞고 있다고 ABC방송 계열의 지역 채널 KITV4가 전했다.

20년간 마우이에서 산 브라이언 사이즈모어(48)는 NBC방송과의 인터뷰 중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약탈자들이 가스탱크에 구멍을 내 휘발유를 훔쳐갔다"고 했다.

한 주민은 "약탈자들이 더 많은 구호 물자를 갈취하기 위해 섬을 가로지르는 중"이라며 "적십자사에 가도 구호품이 충분하지 않고, 마실 물조차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식료품을 받겠다고 라하이나로 가지 말라"며 "그곳에는 물자가 없다. 가게든 어디든 전부 텅 비어있고, 밖에도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서부 라하이나에 새까맣게 탄 아파트 단지의 잔해가 남아있다. 이번 산불로 80명 이상이 사망한 가운데 당국이 경보 사이렌을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앤 로페즈 하와이주 법무장관은 산불 대응 과정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

NBC방송 등 미 언론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마우이 화재 생존자들에게 접근해 땅이나 집을 사겠다는 연락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우이 주민 티아레 로렌스는 NBC에 출연해 "집 주인들이 부동산 투자업자들로부터 땅을 사겠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 역겹다"며 "라하이나는 판매용이 아니다. 제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때를 보내는 이들을 이용하려 하지 말라"고 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보도자료를 내고 "부동산 업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나쁜 의도를 갖고 주민들에게 화재 피해를 입은 집을 팔라는 연락을 하고 있다"며 "파손된 부동산의 판매를 유예할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주 법무장관에게 요청했다"고 했다.

한편 CNN방송은 마우이섬 산불 참사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그린 주지사는 이번 산불로 지금껏 101명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지금껏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불과 4명 뿐이라고 덧붙였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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