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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권 내부통제 잃었는데 ‘자율성’ 믿어도 되나
도입앞둔 ‘책무구조도’ 강화 목소리
사외이사 책임·견제기능 확대도

금융회사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이를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구분없이 횡령, 미공개정보 이용, 고객계좌 불법개설 등 각종 금융사고가 터지는 상황에서 처벌 강화 뿐 아니라 사외이사 책임도 늘려 견제기능을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법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인 상태다. 지난 6월 당국은 제재보다 예방에 초점을 둔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고 책임을 피할 수 없도록 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이 골자였다.

이번 제도개선이 처벌 강화보다는 자율성에 초점을 둔 만큼 책무구조도 세부내용에서도 이같은 점이 대거 반영됐다. 태스크포스(TF)에서도 협회 뿐 아니라 신한금융이 블랙박스 역할로 참여하는 등 금융권의 반발을 고려해 세부안 강도를 조율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당초 논의에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책무구조도를 승인하는 방안이 고려됐었다. 하지만 금융사마다 조직 등 사정이 다른 만큼 이를 일률적으로 도입하는데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당국이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내용을 완화했다.

사외이사 책임에 대한 부분도 한발 물러났다. 논의 당시에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 의장에도 책무구조도를 적용해야한다는 판단이 나왔으나 발표안에서는 이를 제외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이사회 내 소위원회 위원장까지 책무구조도에 들어간가면 4대 금융지주를 기준으로 거의 대부분의 사외이사가 책무구조도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상근 경영진 대비 사외이사의 제약된 정보접근성 등을 감안했을 때 이사회의 의장이 아닌 사외이사를 적용대상에서 우선제외키로 했다. 이사회 의장에 대해서도 정보접근성 및 업무시간 등 현실적 제약을 감안하고, 개별 이사에게 부여되는 상법상 감시의무의 범위로 책임영역을 한정한 것이다. 당국은 이사회에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에 관한 심의·의결사항이 추가되고, 이사회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등 상법상 이사의 내부통제 감시의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 중에서는 이사회 의장 외에 소위원회 위원장은 배제할 예정”이라며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만큼 시장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전방위적으로 터지고 있는 만큼 책무구조도 내용을 보다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부여해주는 만큼 이에 따른 처벌 강화 뿐 아니라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도 보다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 개정안의 무난한 통과, 금융사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책무구조도에 금융사의 자율성을 반영해줬는데도 모럴 해저드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며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가장 큰 문제가 낙하산 사외이사인 것을 고려하면 사외이사의 감시와 견제의무를 강조해야한다는 취지에서 이들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더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은행권에서는 매일같이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경남은행은 부장급 직원이 한 부서에서 15년 가량 근무하며 총 562억원을 횡령했다. 횡령자의 범행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계기 또한 다른 건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였다.

KB국민은행은 증권대행부 소속 직원들이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2년 동안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면서 미공개정보를 빼돌려 127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가 드러났다. DGB대구은행은 100명이 넘는 직원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예금 연계 증권계좌 1000여개를 고객 동의 없이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금융 지원 업무협약식’ 이후 질의응답에서 “작년 11월에 금융권의 내부 통제 개혁 방안을 발표한 바가 있고, 그것들을 로드맵으로 해서 올 4월부터는 은행 내규에 반영하는 등 그 과정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생긴 측면이 있다”며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선의를 갖고 금융회사들의 보고 내용들을 믿되, 한편으로는 보고사항이 오류가 있을 경우 등을 크로스 체크할 수 있는지를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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