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심각하다”
영화 명가가 추락하고 있다.
명량, 극한직업, 국제시장, 베테랑, 해운대, 기생충 등 수많은 히트작으로 내놓으며 콘텐츠 시대 큰 주목을 받았던 CJ ENM이 충격적인 적자를 또 냈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다. 내놓은 영화 마다 줄줄이 참패했다. 2분기에만 3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10일 CJ ENM은 올 2분기 매출 1조489억원, 영업손실 304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올 1분기에도 50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적자가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로 인한 방송 광고 시장의 둔화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CJ ENM의 자존심 영화·드라마의 추락이 뼈아프다. 영화·드라마 영업손실이 311억원에 달한다.
내놓는 영화 마다 줄줄이 참패다. 제작비 280억원이 투입, 큰 기대를 모았던 CJ ENM ‘더 문’은 개봉 7일 차에도 누적 관객이 고작 41만명에 그치며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같은 날 개봉한 경쟁작 ‘비공식작전’이 81만 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절반에 밖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더 문’의 손익분기점은 약 600만 관객. 하지만 100만 관객도 넘기지 못한 채 극장가에서 퇴장할 것으로 보인다.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더 문’은 올여름 극장 개봉 한국 영화 가운데 최대 자본(280억원)이 투자된 작품이다. 경쟁작인 ‘밀수’가 약 175억원, ‘비공식작전’과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각각 약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과 비교해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갔다. 하지만 경쟁작보다도 관객 동원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됐다.
‘더 문’ 뿐만아니라 CJ ENM가 올해 내놓은 ‘유령’과 ‘카운트’ 등 기대작들도 줄줄이 실패했다. 예술성·상업성에서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CJ ENM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까닭이다.
시장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적자폭이 예상보다도 훨씬 크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증권사들은 CJ ENM 2분기 적자폭을 100억원대로 예상하며, 14만원대인 목표주가를 8만원~9만원대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실제 적자폭은 이보다도 훨씬 컸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광고 수익 악화, OTT 등장 등 CJ ENM의 위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회사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영화 산업이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이 더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 역시 어둡다. 적자 행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요즘 CJ ENM 콘텐츠에 대해 경쟁사에 비해 “볼게 없다” “재미 없다”는 평이 많다. 콘텐츠 경쟁력 저하 등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할때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