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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는' 청년, 올해 40~50대 '역전'...청년들 "쉬는 이유, 정말 모르나?"
정부 "연구용역·심층면접 통해 원인 발표하겠다"
지난해 청년 첫 일자리 21.2%가 '시간제'
전일제 일자리 비율 2018년 82.8%→2022년 78.8%
취업? 해봐야 최저임금에 계약직…대졸 취준생 "쉬고 말지"
"연구용역, 아까운 세금으로 '실업급여' 개편 명분 쌓기" 지적도
서울 송파구 문정비즈밸리 일자리허브센터에서 상담받는 취업준비생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학업을 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그저 ‘쉬었다’고 답한 청년(15~29세) 인구가 지난 7월 40만2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4만1000명 늘었다. 정부는 쉬는 청년이 늘어나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을 진행하는 동시에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청년들은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연구용역의 결론이 ‘실업급여로 인한 근로의욕 감소’로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7월 '쉬는' 청년 66.3만명, 40·50대보다 많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2018년 185만5000명이던 ‘쉬었음’ 인구는 2019년 209만2000명, 2020년 237만4000명, 2021년 239만8000명, 2022년 227만7000명 등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7월까지 226만8000명을 기록했다. 통상 청년층과 30대는 당장 취업을 못해도 시험공부나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 많아 다른 연령대보다 ‘쉬었음’ 인구가 적게 나타난다. 2018~2022년까지 추이를 봐도 청년과 30대의 ‘쉬었음’ 인구의 합이 40~50대의 ‘쉬었음’ 인구의 합보다 낮았다. 하지만 올해 7월 기준 청년(40만2000명)과 30대(26만1000명)가 66만3000명으로 40~50대(61만8000명)보다 훨씬 많다.

‘쉬었음’ 인구엔 실업급여 수급자도 포함된다. 실업급여 지급을 받기 위해선 실직자로 구분돼야 하기 때문에 통계상으로 ‘쉬었음’ 인구에 잡힐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통계청 고용통계과 담당자는 “관련 통계 조사에 실업급여 수급 여부를 묻는 항목이 별도로 없어 통계에 잡힌 ‘쉬었음’ 인구에 실업급여 수급자도 섞여 있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최저임금 근로자 세후 월 근로소득은 179만9800원인 반면 최저 실업급여는 월 4만7240원 더 많은 184만7040원이라며 ‘쉬는’ 청년 증가 원인 중 하나로 실업급여 역전현상을 꼽았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질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들이 이처럼 그저 ‘쉬는’ 이유에 대한 답이 보인다. 실제 올해 3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전체 15세 이상 근로자의 정규직 수는 13만7000명 증가하고 비중은 4.5% 감소했다. 비정규직 수는 154만2000명 증가하고 비중은 4.5% 늘었다. 이 가운데 청년 정규직 수는 18만2000명 감소하고 그 비중 역시 6.8%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 수는 29만8000명 증가하고 비중은 6.8% 증가해 청년층의 정규직 감소와 비정규직 증가는 전체 임금근로자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청년 정규직 18.2만↓ 비정규직 29.8만↑

게다가 청년층의 첫 일자리 근로형태(계약여부별) 현황을 보면, 2022년 임금근로자 가운데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는 140만7000명으로 최근 5년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계약기간이 정하지 않는 경우는 2022년 261만1000명으로 2018년 대비 40만7000명 줄었다. 계약직은 늘고 정규직은 감소했다는 뜻이다. 특히 1년 이하의 계약기간을 가진 임금근로자는 2022년 121만5000명으로 2018년 87만8000명 대비 33만8000명 증가하고, 임금근로자에서의 비중 역시 2018년 21.6%에서 2022년 30.2%로 8.6%p 증가했다.

청년의 첫 일자리 근로형태 역시 전일제에 종사한 비율은 줄어들고 시간제 일자리에 취업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 등 일자리 질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형태별 청년층의 첫 일자리 현황을 보면 2022년 기준으로 청년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의 21.2%는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했고, 최근 5년간 청년의 첫 일자리로 시간제 일자리에 취업하는 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년의 첫 일자리로 전일제 일자리에 종사한 비율은 2018년 82.8%에서 2022년 78.8%로 감소했다. 청년 일자리가 정규직 비중은 감소하고 비정규직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대학진학율 세계 1위...고임금 대기업은 0.1%뿐

질 좋은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의 눈높이는 내려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약 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선진국 대학진학률인 40~50%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은 '일단 대학에 가야한다'는 사회적 인식 탓이다. 통계청의 ‘기대 교육수준과 교육목적’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학부모의 93%, 학생의 89%가 ‘4년제 대학 이상 학력을 갖춰야 한다’고 답했다. ‘좋은 직장’을 구하려고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그에 걸 맞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다보니 ‘쉬겠다’는 청년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청년의 직업 선택 요인의 1순위는 ‘임금’이다.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20~29세(34.1%)와 30~39세(40.5%) 응답자는 모두 직업 선택요인의 1순위로 ‘수입’을 꼽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9%(728만6000개)는 중소기업이다. 이 가운데 10인 미만 기업 수는 2020년 기준 707만1000개로 전체의 96.9%에 달한다. 50인 이상 기업 수는 3만1000개로 전체 기업의 0.5%에 불과하다. 이 중 300인 이상 기업 수는 0.1% 뿐이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2배에 달한다.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 모(31)씨는 “지난해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는데 월급이 과외로 번 돈보다 30%이상 적었다”며 “결국 퇴사를 하고 다시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냥 쉬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건, 고학력 취업준비생들은 넘쳐 나는데 비해 높은 임금을 주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너무 뻔한 이유 때문 아니겠냐”며 “정부가 아까운 나랏돈을 써가면서 실업급여 개편의 명분을 쌓을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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